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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7

마법사들 | 로맹 가리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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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베네치아 광대 가문의 마지막 후손이 기록한 
모험, 농담, 사랑의 지독한 성장담

 

 

 

『마법사들』은 18세기 말,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떠나 러시아로 이주한 광대 집안의 이야기다. 당시 유럽 사회를 휩쓸던 변혁의 물결 안에서 살아가야 했던 자가 일가와 그 집안의 마지막 후손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인 포스코 자가의 성장과 모험을 주로 한다. 무엇보다 자신보다 겨우 세 살 반 많은 새엄마 테레지나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 유년기를 넘어 평생에 걸친 단 하나의 사랑으로 간직하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그가 테레지나와 함께 보냈던 날들을 회고하며 그 시간들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 중 설레도록 근사한 대목이 있어 옮겨 본다.

 

 

사는 기쁨으로 대기에 풍선이 한가득 날아오르는 듯한 시간이었고, 말 한 마디, 웃음 한 도막, 심작박동 한 번이면 그 풍선들을 다시 날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 p.275

 

 

 

뿐만 아니라, 한층 주목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이 있다. 소설 초반에 아버지 주세페 자가가 아들 포스코 자가에게 직업상의 기본 규칙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대목을 읽자니 자연스레 로맹 가리 자신을 향한 작가적 서약 ― 이를테면, 작가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 등 ― 으로 들리는 것이다. 

 

 

―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 매료할 것, 믿고 희망하게 만들 것, 혼란이 아니라 감동을 안길 것, 영혼과 정신을 드높일 것, 한마디로 마법을 걸 것. 이것이 오래된 우리 부족의 사명이야……. 그래서 어디서도 숨은 의미나 작은 희망의 불씨조차 보지 못하는 침울한 사람들이 우리를 협잡꾼으로 취급하는 거란다…….    - p.14, 15 

 

 

 

실제로 저자는 이 소설 이후, 기존의 이름 대신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작가로서의 삶을 새로이 시작했다고 한다. 『자기 앞의 생』이 바로 그 두 번째 이름을 달고 발표된 글이다. 이러함으로 미루어 짐작해보건대, 『마법사들』은 과도기에 서 있던 로맹 가리의 작가적 고민과 열정이 만들어낸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말하자면 여태껏의 삶을 일단락 짓는 작품이자, 앞날을 모색하고 다짐하는 성격의 작품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한층 몰입해서 흥미롭게 읽었는지도.

 

 

내가 산 모든 시대를 통틀어 1775년이 가장 흥미진진한 해였던 것 같다. 왜냐하면 몰락해가던 대공들의 유럽이 협잡꾼, 사기꾼, 불한당 등 양심의 가책은 모르지만 상상력이 부족하지는 않은 온갖 군상이 깨어나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그중 몇몇은 내 마음에 달콤한 전율을 일깨우기도 했고, 내 눈이 라브로보의 마법의 숲에서 구분해내는 법을 터득한 경이로운 괴물들과 똑같은 호기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새로운 시간의 도래는 요란한 불협화음이 피어나기 좋은 부패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부패는 도덕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비난받을 만한 맛이지만 제대로 숙성된 온갖 풍요로움과 다양성, 푹 익어서 식탁에 나갈 준비가 된 치즈의 풍미를 지닌 그런 맛을 사회에 안겼다.    - p.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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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7 선물 받은 기분:)  

 

 

 

 

 

 

마법사들 (마음산책X) - 8점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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