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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7

수인(전2권) | 황석영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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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시간의 감옥, 언어의 감옥, 냉전의 박물관도 같은 분단된 한반도라는 감옥에서
황석영이 몸으로 써내려간 숨가쁜 기록

 

 

 

황석영은 만주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가족과 월남한다. 한국 전쟁이 발발하고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나뉜다. 학창 시절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랑의 시기를 보내다, 해병대로 입대하여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다. 유신체제를 반대하고, 광주항쟁과 6월 항쟁을 겪으면서 나라의 민주화를 바라며 급진화한다. 이후에는 방북과 망명에 이은 수인 생활을 한다.

 

굴곡진 시대가 몰고온 소용돌이에 갇혀있던 한 개인의 몸부림이 고스란히 대한민국 현대사로 박제됐다. '수인(囚人)'의 이름으로 엮은 두 권의 책이 그것을 증언하고 있다. 그의 삶에서 방북은 오로지 본인 의사에 따른 결정이었지만, 그로 인해 적지 않은 세월을 망명과 투옥의 생활로 대가 치러야만 했다. 그 몹시도 험난했을 고뇌와 억압, 방황의 나날은 불합리한 현실에의 타개 의지, 자유에 대한 열망이라는 두 축이 가슴속에 굳건히 버티고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동시에 그 일련의 시간들은 작가 자신이 추구한 신념에 부합한 행위에 근간하므로, 고되기는 했을지언정 지난 삶에 부끄러움이 남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짐작건대, 그것과는 별개로 그 시간들은 한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는 주홍글씨처럼 지워지지 않는 선연한 상처의 기억으로 자리함이 맞을 것 같다. 그러나 정작 그는 흘러간 세월 속에 그저 잠깐에 지나지 않은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고백한다. 여간하여서는 객관화하기 어려운 자전의 특성을 생각해 봤을 때, 독자로서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에필로그를 통해 밝힌 바 대로, 작가 역시 그 점을 우려해 석방 이후의 이야기는 남겨두었다고 적고 있다. 더 시간이 흐른 뒤에, 수인 그 세 번째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길 고대한다.

 

 
미지의 것 때문에 금기의 억압이 있다면 작가는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그것을 위반하고라도 확인해야만 한다. 국경, 장벽, 철조망 너머로 날아오고 날아가는 철새들을 본 적이 있다면 생명의 본성과 사람이 정해놓은 잡다한 규정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반문하게 될 것이다. 망명 기간은 이후 내가 '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을 믿지 않고 세계시민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게 한 하나의 학교였다. 다만 내 문제를 세계 사람들과 더불어 생각하고 세계의 문제를 내 것으로 생각하겠다는 단서를 붙인다면 말이다.    - 1권, p.275

 

목격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기만 했으니까 모든 도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세계에 널린 참상의 진실을 객관적으로 목격하기만 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가. 나는 전장에서 현상계에는 귀신이 없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제대하여 민간인이 되었을 때, 그리고 먼 훗날 신천학살 사건에 관한 소설 『손님』을 쓸 때 당시의 목격자들과 만나 회상을 취재하면서 귀신이 있다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 바로 '헛것'은 우리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기억과 가책이면서 우리 스스로 일상에서 지워버린 또다른 역사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 2권, p.217

 

 

 

 

 

[세트] 수인 세트 - 전2권 - 10점
황석영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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