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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7

바깥은 여름 | 김애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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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 01

누군가는 어느 날 갑자기 뜻하지 않게 무언가를 잃었고, 다른 누군가는 도리어 아주 오래전부터 의도하고 계획했었을지도 모를 무언가를 잃었다. 『바깥은 여름』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은 그 찰나의 순간이 머금고 있는 깊은 상실에 대해 말한다. 그 서려 있는 상실의 여운에 대해 말한다. 

 

#. 02

어디선가 그 비슷한 얘기를 들어본 것도 같다. 그게 TV 뉴스였던가, 의도치 않게 엿들은 타인의 대화에서였던가. 습관적으로 만지작대는 스마트폰을 통해 눈대중으로 훑은 어느 기사에서 마주한 일일 수도 있겠다. 그것마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세계 어디에선가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라는 걸 확신한다. 어쨌든 그들은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이고, 여태껏 나는 일상의 작은 틈에서 그런 사람들을 무수히 봐왔으니까.

 

#. 03

엇비슷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 잘 안다. 그들이 겪고 있는 상실 이후의 감정적 소용돌이에 대하여. 슬픔과 고통, 좌절과 방황의 연속에 대하여. 체념의 순간에 이르러서도 마음 깊숙이에서부터 안개처럼 뿌옇게 차오르는 무언가를 잠재우기에는 늘상 역부족이었음까지도, 나는 잘 안다. 무언가를 잃어본 사람은 알게 돼 있다.

 

#. 04

상실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애나 어른이나 그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에서 좀처럼 익숙해지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애정이 없었어야만 했던 걸까. 그런데 그건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라서……. 그렇다면 무뎌져야 하는 걸까. 그런데 그건 너무 슬프다. 요즘같이 푹푹 찌는 계절 한가운데서도 마음 한구석이 시릴 만큼.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 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 p.173 「풍경의 쓸모」

 

 

 

 

 

바깥은 여름 - 8점
김애란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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