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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8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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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
그 공포, 피로, 당황, 놀람, 혼란, 좌절의 연속에 대한 인생 현장 보고서

 

 

 

어딘지 모르게 내키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들춰보지 않아도 대략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82년생 김지영의 암담한 모습을 구태여 활자로까지 확인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리라. 분명 겁내 하며 회피하고 있었고. 그래서 얼마간은 비겁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또 다른 글, 「현남 오빠에게」를 우연히 읽고, 소설 속 그녀가 만남 이래 줄곧 속박 당해 왔던 강현남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걸어가겠다고 선언하는 다부진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이 책을 읽어볼 마음이 생겼으니까.

 

과거에 비해 남성과 여성을 차별 짓는 것들이 확연히 줄어든 시대임에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들의 삶을 옥죄고 제약하는 것들이 적잖다. 그 전형을 82년생 김지영의 삶을 통해 확인한다. 그러니까, 82년생 김지영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30대 여성의 보편적 삶을 보여주는 대표 인물인 셈이다. 그렇기에 소설이지만, 오히려 ‘인생 현장 보고서’에 가깝다. 이토록 사실적일 수 있었던 데에는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이 사회 안에서 살아오며 직간접적으로 축적해온 저자의 경험과 주변 여성들의 삶을 통한 예리한 관찰자의 시선이 더해진 이유일 것이다. 동시에 구체적인 통계 자료와 사실에 근거한 기사들을 기반으로 한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여성들은 82년생 김지영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놓인 자리에서 현재를 둘러보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앞날을 바라보게 된다.

 

나는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그녀가 걸어온 삶을 바라보면서, 여성들보다는 남성들이 그녀의 얘기에 귀 기울여 주고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바람했다. 어느 한쪽이 아닌, 모든 구성원이 통감해야만이 그녀의 이상 행동도 차츰 나아질 기미를 보일 거라고, 안타깝고 막막한 와중에도 그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던 것이다.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 그 커피 1500원이었어. 그 사람들도 같은 커피 마셨으니까 얼만지 알았을 거야. 오빠, 나 1500원짜리 커피 한잔 마실 자격도 없어? 아니, 1500원 아니라 1500만 원리라도 그래. 내 남편이 번 돈으로 내가 뭘 사든 그건 우리 가족 일이잖아. 내가 오빠 돈을 훔친 것도 아니잖아.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    - p.164, 165

 

 

 

82년생 김지영 - 8점
조남주 지음/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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