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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4

선셋 파크 | 폴 오스터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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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중간 지대 선셋 파크.
그곳에서 저마다의 전쟁을 치르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선셋 파크라는 공간은 빙, 엘런, 앨리스 그리고 마일스에게 각기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읽고 나서 문득 그들의 입을 통해 직접 그 답을 듣고 싶단 생각을 했다. 기왕이면 선셋 파크를 떠나게 되고 적어도 십 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뒤의 그들의 대답이라면, 좀 더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얘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을 안고서.

 

마일스를 비롯한 젊은 등장 인물들은 저마다 순조롭지 못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선셋 파크조차도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 안에서 보이지 않는 불안한 내일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 인생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이때야말로 알게 모르게 그런 삶을 살아가고, 또 살아내야만 하는 시기가 아닐는지 생각해본다. 그런 일면들을 작가 폴 오스터는 『선셋 파크』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서늘하리 만큼 리얼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래서 경탄하게 된다. 이를테면 결말은 그 최정점에 있다. 물론 마일스가 형의 갑작스런 죽음을 시발점으로 가족에게서 떨어져 나와 스스로 고립된 삶을 자처하며 살아온 여정을 지켜본 독자의 입장에서, 행복한 마무리가 꺼려지는 건 절대적으로 아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책없이 한방에 불운했던 과거를 날려버리는 마무리는 현실적이지 않을뿐더러 매력적이지도 못하다. 폴 오스터 역시 자세한 의중은 알 수 없으나, 마일스를 또 한 번의 위기 속에 몰아넣으며 끝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결말일 뿐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마일스의 의식이 변화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오직 이 순간, 바로 지금만을 위해 살겠다는 마일스의 의지에 찬 목소리를 통해 그가 지난한 여정 안에서 제대로 성장해 왔음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치는 것이 문학이라고 말했던 고 장영희 교수님의 말씀을 떠올려보면, 이런 마무리야말로 독자로 하여금 가장 바람직한 결말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그 어떤 고통과 상처도 무의미하지는 않다'는 그 말을 십분 이해하게 만드는 『선셋 파크』. 역시나 폴 오스터의 글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

 

 

 

미래가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가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부터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갖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지금 여기 있지만 곧 사라지는 순간,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지금만을 위해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 p.328

 

 

 

 

 

선셋 파크 - 10점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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