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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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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 이미예 | 팩토리나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이미예 꿈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뭉클하고 따뜻한 이야기 잠들어야만 방문할 수 있는 세계,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그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꾸고 싶은 꿈을 구입한다. byeolx2.tistory.com 꿈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뭉클하고 따뜻한 이야기 잠들어야만 방문할 수 있는 세계,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그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꾸고 싶은 꿈을 구입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상대로 꿈 파는 일을 하는 백화점 직원들과 그곳에 꿈을 납품하는 제작자들이 모인 곳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판타지임에도 허무맹랑하기 보다는 외려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일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말하자면, 그들이 이룩한 세계는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잠을 자고..
프리즘 | 손원평 | 은행나무 만남과 이별, 흩어지는 '마음'을 다양한 빛깔로 비추어가는 이야기 유년 시절, 내가 각별하게 아끼던 몇몇 것 중의 하나가 프리즘이었다. 때때로 서랍 속의 그것을 꺼내어 하늘을 향해, 정확히는 태양을 향해 손을 뻗어 보이곤 했는데, 그 순간 여러 빛깔로 나를 기쁘게 하던 것이 바로 프리즘이었던 것이다. 파란 물체 주머니 안에서는 그저 투명한 삼각기둥에 불과했던 것이 빛과 만나는 순간 영롱한 빛깔을 뽐내는 걸 가만히 바라보면서 어찌나 신기했던지. 그 광경을 보면 볼수록 질리기는커녕 늘 새롭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생각하곤 했다. 제 혼자서 멋진 것도 좋지만, 서로가 존재함으로써 빛날 수 있다면 그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대단한 기적이고, 마법일 거라고. 나는 그것의 근사함에 대하여 늘 동..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 유은정 | 성안당 ‘따로 또 같이’ 현명한 개인주의자를 위한 심리 테라피 고백건대, 나는 예민하다는 말에 예민하다. 그래서일까. 새로 나온 책들 사이로 단연 눈에 띄었던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그래, 맞아. 여태껏 그래 왔던 거야.’라는 생각과 동시에 손끝은 이미 책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여기까지는 거의 무의식에 가까운 끌림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대놓고 훅 들어오는 유의 책들은 대개 2차 사고 과정에서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는 걸로 마무리되곤 해왔다. 무슨 심리인지…, - 실은 알고 있다. 마음 깊숙이 수긍하게 만드는 제목의 책이 반가우면서도 결국 마케팅의 술수일 거라는 약간의 의구심, 거기에 쉬이 넘어가지 않겠다는 소심한 반발심 때문임을. 더욱이 근래 이런 식의 문장형 제목이 트렌드인 것 ..
사양 | 다자이 오사무 | 민음사 일본의 패전과 몰락 계급의 비극을 여성의 목소리로 그린 페미니즘적 작품 패전 후 일본 사회는 급변했고, 그 가운데 귀족의 몰락은 두드러졌다. 귀족 집안의 일원인 가즈코와 나오지 역시 그 혼란의 소용돌이를 피해 가지 못한다. 여기서 눈 여겨 볼 점은 그들의 행보에 있다. 그 말인 즉, 한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난 남매이면서도 처해진 현실에 대응해 나가는 방식만은 사뭇 다른 까닭이다. 때때로 우리는 삶 속에서 느끼는 슬픔과 고통, 그로 인한 고뇌를 딛고 서서 반드시 결단해야만 하는 어떤 선택의 기로 앞에 놓이곤 한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필연적으로 발현되는 환경 또는 심경의 변화나 내외적 성장 혹은 파멸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 전형이 그들의 삶을 향한 각기 다른 선택을 통해 한층 선명하게 대비되는 것이..
1950 한국전쟁 70주년 사진집 | 존 리치 | 서울셀렉션 1950, 그래도 살아야 했습니다 전투에 투입되기 위해 이제 막 낯선 땅에 발 디딘 각국의 참전용사와 장병의 얼굴들을 찬찬히 살피자니, 문득 이후 이들 앞에 처해졌을 가혹한 생사의 기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자못 숙연해진 마음으로 넘기는 사진집 안에는 우리가 흔히 전쟁하면 떠올리기 마련인 파괴된 거리 풍경을 비롯하여 피난의 모습,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생계를 꾸리며 일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빼곡하게 등장하고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말미에는 종군기자이자 이 사진들을 직접 찍은 존 리치의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운전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봤습니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끔찍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었어..
복자에게 | 김금희 | 문학동네 어떤 실패도 삶 자체의 실패가 되지 않도록, 모든 넘어짐을 보듬는 작가 김금희의 가장 청량한 위로 소설 『복자에게』가 관통하고 있는 이야기 안에서 삶을 향한 용기, 희망의 기운이 은근하게 전해온다. 우리 각자는 ‘울고 설운 일’ 투성인 삶 속에서도 기어이 이어가고자 안간힘을 쓰는 존재들이기에 영초롱이와 복자, 그 밖의 인물들을 통해 위로받고, 다시금 다짐도 하게 되는 것이리라. 흔들릴 수는 있지만 쉬이 꺾이지는 말자고, 그리하여 계속해서 나아가자는. #. 새별오름에서의 일 소설의 후반, 복자는 영초롱이에게 전화를 걸어 ‘새별오름에 가본 적 있어?(p.213)라고 묻는다. 그렇게 오름을 오르는 동안, 저 멀리 보이는 ‘나 홀로 나무’, 복자의 결혼식과 할망 이야기를 거쳐 정월대보름이면 오름에 불을 놓아 억..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 심보선 | 문학동네 그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에게 시인이면서 사회학자이기도 한 이의 단상 기록은 그 어느 글보다도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투명하게 비춘다. 그 안에서 각자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과, 가족, 지인, 그 밖의 모든 이들에 대하여, 그들이 서 있는 이 세계에 대하여. 개인의 일은 때로 우리의 일이 되기도 하고, 그리하여 사회와 시대의 일이기도 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의 일상 속 사유를 쉬이 흘려보낼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리라. 여담이지만,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라는 책 제목이 마음을 동하게 했다. 시인다운 인사말이라는 생각과 함께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안부를 진심으로 건넬 수 있는 그런 곳이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세계라는 안도감 때문이기도 했다. 시대가 불행할 때 시인의 역할이 중..
책 좀 빌려줄래? | 그랜트 스나이더 | 윌북 세상의 모든 책덕후를 위한 카툰 에세이 서점 가는 것을 즐긴다. 빼곡하게 늘어선 책들의 모양새가 사랑스럽다. 그리고 펼쳐 보고 싶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그런 설렘이 언제나 나의 시선을 책으로, 책이 가득한 서점으로 발걸음 하게 하는 것이리라. 여느 날처럼 서점에서 표류하다 발견한 『책 좀 빌려줄래?』. 아주 큼지막한 책장을 배경으로 거기 맨 밑칸에 한자리 차지하고 나른하게 엎드려 자고 있는 고양이와 그 앞에 앉아 책을 읽는 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야말로 책 읽기 딱 좋은 평온함과 안온함이 느껴졌던 것이다. 부제는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나 역시 그 즐거움에 매혹된 사람 중의 하나라서 그 안의 카툰이 몹시도 궁금해질 수밖에. 돌이켜 보면, 책은 내게 어느 순간에도 결단코 배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