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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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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 메리 셸리 | 문학동네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프랑켄슈타인이 과학기술로 자멸해가는 인류에 던지는 최초의 경고 소설 속 주인공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실험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가 창조한 피조물은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과 극심한 혐오감 속에서 좌절과 분노를 거듭하다 결국 창조주를 향한 복수심을 불태우며 그의 가족을 하나씩 죽여 나간다. 문득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뜻에 따라 또 다른 괴물, 그러니까 동반자를 만들어 주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괴물은 그렇게만 해준다면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고 가급적이면 인간 사회 바깥의 외진 곳에서 살아가겠다고 애원하다시피 말하지 않았었던가.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이와 같은 참담한 비극은 없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터무니없는 제안임..
계절 산문 | 박준 | 달 박준 시인이 보내는 계절 인사 시인이 건네는 이야기 안에서 계절의 순간들과 마주한다. 그것은 곧 우리가 보내온 계절을 향한 안부이기도 했고, 지금의 이 계절을 잘 보내겠다는 다짐과 그에 대한 격려이기도 했으며, 어느새 성큼 다가올 새 계절에 대한 은근한 기대이기도 했다. 어쩐지 이 계절의 외로움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살아가면서 좋아지는 일들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대단하게 좋은 일이든, 아니면 오늘 늘어놓은 것처럼 사소하게 좋은 일이든 말입니다. 이렇듯 좋은 것들과 함께라면 저는 은근슬쩍 스스로를 좋아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 p.95 「칠월 산문」 계절 산문 - 박준 지음/달
아몬드 | 손원평 | 창비 공감 불능 사회, 차가움을 녹이는 아몬드 서로를 향한 진심과 공감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은 곧 자기 안에 있는 아몬드의 크기를 가늠해 보는 일일진대, 타인을 이해하려는 안간힘의 가치를 일깨운다. 돌이켜 보면, 윤재는 지난날 엄마와 할멈이 양쪽에서 자신의 손을 잡아 주었던 온기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지 않았던가. 어쩌면 그와 같은 기억의 힘이 제 자신을 지탱하게 하고 때로는 타인을 구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윤재가 기꺼이 곤이를 찾아 나섰던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으리라. 그리고 진심으로 자신과 곤이의 삶이 바뀌기를, 그리하여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나는 - 윤재와 곤이가 그랬듯, - 누구나 가슴속에 저마다의 괴물 하나쯤은 품고 산다고 여긴다. 다만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무언가를..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 최승자 | 난다 32년 만에 증보하여 펴내는 시인 최승자의 첫 산문! ‘내일의 불확실한 희망보다는 오늘의 확실한 절망을 믿는다.’는 시인의 말에 폐부 깊숙이 찔린 기분이었던 것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 강렬했던 첫 시집 『이 시대의 사랑』과 이후의 『즐거운 일기』는 한동안 - 이라기에는 상당한 기간 동안 - 늘 내 가까이에 있었다. 가만히 돌이켜 보건대 그때의 나는, 나를 흔드는 바람과 애초에 그리 깊지 못했던 뿌리에 대한 감춰지지 않는 열패감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데 필사적이었다. 말하자면, - 쥐어짜는 안간힘에 가까웠다고 생각하지만, - 내 나름의 저항이었다고도 생각된다. 그런 나날이어서 그랬을까. 그때에 만난 시인의 시는 호기롭게 다가왔다. 후련하고도 통쾌한 맛이 있었다.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유(類)의..
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 나무옆의자 힘들게 살아낸 오늘을 위로하는 편의점의 밤 정체불명의 알바로부터 시작된 웃음과 감동의 나비효과 세상은 타인을 향한 관심과 포용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는 곳이지 않을까 헤아려 본다.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손길의 작은 씨앗이 관심과 관대함 속에 무럭무럭 자라 서로의 아프고 모난 구석마저도 감싸 안아주었을 때, 세상에는 제법 쓸모 있는 우직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녹록지 않은 나날에도 오늘을 기꺼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그와 같은 서로를 향한 포용의 힘이 절대적임을…, 청파동의 불편한 편의점 ALWAYS를 거쳐 간 사람들 안에서 여실하게 느낀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