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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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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예요 | 마르그리트 뒤라스 | 문학동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마지막 작품!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마지막 기록, 『이게 다예요』. 긴 투병 생활 속에서 써 내려간 글을 통해 그녀는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을 고통스러워하며 죽음이 끔찍하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인생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연인에 대한 사랑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한편 작가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충만한 열정 역시 털어놓는다. 그 안에서 자연스레 죽음 앞에 놓인 한 인간을, 그녀의 진솔한 마음을 헤아려 보게 된다. 함께 있다는 것, 그것은 사랑이고, 죽음이고, 말이고, 잠자는 것이다. - p.14 「생브누아 거리, 11월 27일 일요일」 이게 다예요 -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고종석 옮김/문학동네
그리움의 정원에서 | 크리스티앙 보뱅 | 1984Books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꾼 작은 글의 정원 크리스티앙 보뱅은 사랑하는 여인 지슬렌을 떠나보낸 뒤 글로써 못다 한 사랑을 고백한다. 그런 까닭에 그녀의 부재를 가슴 깊이 슬퍼하면서도 여전히 그는 마음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그녀의 존재를 마주하고 있다. 더욱이 그 문장들은 보뱅 특유의 감각적인 언어 안에서 피어나 오직 그녀만을 위한 “작은 글의 정원”(p.9)을 이루고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덕분에 그 정원 안에서 나는 —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서 —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에 대하여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나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일이라고 되뇌면서. 지슬렌, 이제는 안다. 이제야 네 뜻을 안다. 그러므로 나는 네가 없는 삶을 여전히 축복하고, 계속해서 사랑할 것이다. ..
빈 옷장 | 아니 에르노 | 1984Books 살아낸 글, 살아서 건너오는 글, 그것이 바로 아니 에르노의 문학이 가진 힘 “나는 죽고 싶지 않다.”(p. 229) 했던 목소리를 되뇌며 한참을 사로잡혀 있었다. 토해내듯 숨 가쁘게 이어지는 문장 안에 드리운 드니즈 르쉬르 혹은 아니 에르노의 삶을 향한 결기를 마주했다는 안도감과 이 악물고 버텨온 지난날의 상처가 그럼에도 결코 말끔하게 아물지 못하리라는 슬픔이 일시에 밀려온 까닭이었으리라.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오직 그것만을 위한 글쓰기였기에 삶과 문학, 그 사이 경계마저 무용한 경이로운 진정성을 보여 준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빅토르 위고나 페기처럼 교과 과정에 있는 작가를 공부해 볼까. 구역질이 난다. 그 안에는 나를 위한 것, 내 상황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
연인 | 마르그리트 뒤라스 | 민음사 베트남에서의 가난한 어린 시절과 중국인 남자와의 광기 서린 사랑 그 아련한 이미지들을 섬세하고 생생한 묘사로 되살려 낸 자전적 소설 무더위만큼이나 뜨거운 욕망에 사로잡혔던 프랑스인 소녀와 중국인 남자의 사랑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관능적 문장 안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일찍이 소녀는 남성용 모자를 쓴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확인하며 퍽 마음에 들어 하는 한편 어딘가 달라진 스스로의 일면을 알아챈다. 그러고는 이내 예감한다. “밖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내맡기고, 모든 시선에 자신을 드러내고, 도시와 도시를, 길과 길을 싸돌아다니며 자신을 굴리는, 욕망에 자신을 맡기는 여자”(p.20)가 되리라는 것을. 이후 소녀는 메콩 강을 건너 기숙학교로 돌아가기 위한 나룻배에서 리무진을 탄 중국인 남자를 만난다. 하..
눈 | 막상스 페르민 | 난다 한 권의 소설이면서 한 편의 시가 되는 이야기 아직 누구도 밟은 일 없는 소복하게 눈 쌓인 너른 들판을 상상한다. 온통 눈부신 흰빛에 사로잡힌 와중에도 그곳을 지나야 한다면, “태어나, 연기하다, 죽는 사람들”(p.122)의 내딛는 걸음걸음은 한없이 조심스러워질 테다. 어쩌면 자신이 남길 발자국을 기대하며 성큼성큼 나아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를 쓰는 남자, 유코는 눈 속에 숨어 있을 줄을 찾아 그 위를 아주 신중하고도 대담한 걸음으로 내딛으리라. “삶의 줄 위에서 균형을 잡”(p.122)아야 하는 곡예사의 운명을 타고난 연유다. 그는 삶의 곡예사이자 언어의 곡예사가 되기 위한 걸음을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선생 소세키는 시인에 대하여, 예술에 대하여 그렇게 좇아야 한다고 일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
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 문학동네 임상적 해부에 버금가는 칼 같은 글쓰기로 치명적인 열정을 진단한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 외국인이고 연하이면서 유부남인 사람과 사랑에 빠졌던, 지난날을 떠올린다. 불같은 사랑 앞에서 상대방 외에는 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격정적 감정은 지난한 이별과 그것을 망라한 세월 앞에서 차츰 희석되어 감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열정의 한가운데를 지나버린 그녀에게 예전의 그 사람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소재의 특성상 다분히 자기 고백적이고 성찰적이기 마련인데, 특이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객관화된 시선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 놀라운 담담함은 외려 강렬함으로 치환되어 자못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세세하고도 명쾌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이 모든 감정의 변화를 그려..
마음의 심연 | 프랑수아즈 사강 | 민음사 프랑수아즈 사강의 미발표 유작 대저택 라 크레소나드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프랑수아즈 사강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신랄한 문체 안에서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모든 인간사가 그러하듯, 그들 각자에게는 저마다의 사정과 고충이 있고 자신이 소유한 것을 지켜내고자 하는 안간힘이 존재하며 그들 사이에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엄연한 이해관계가 자리한다. 그와 같은 보편적 요소들은 사강이 포착하고 그려낸 유려한 심리 묘사 안에서 한층 돋보임으로써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나 그들이 겪는 혼란과 권태, 환멸은 냉소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이따금 우리 자신의 삶에서 마주하는 어떤 난관의 발로이기도 한 까닭에 그와 같은 지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사랑으로 감싸는 일이란 더없이 아름다운..
야간비행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 문학동네 고독과 죽음에 맞서 미지의 세계를 정복해나가는 인간의 강인한 의지와 숭고한 용기에 바치는 찬가 우편기를 몰고 밤하늘을 비행하는 조종사 파비앵과 전 항공 노선을 총관하는 책임자 리비에르의 시선 끝에서 자기 초월을 향한 인간의 놀라운 마음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언뜻 보기에 그들은 어둡고 적막한 밤과 한바탕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비앵은 밤의 무수한 위협 속에서도 그 안에 깃든 아름다움을 좇는데 기꺼이 조종간을 부여잡는다. 밤하늘이 선사하는 어둠 속의 반짝임, 그로 인한 벅찬 감정, 황홀함이 그를 단단히 사로잡은 것이리라. 리비에르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밤의 풍요로움을 말한다. 마치 ‘동화에 나오는 바닷속에 감춰진 보물처럼 밤의 깊은 어둠 속에 파묻힌 보물들을 생각’(p.100)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