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시인이 1978,79년에 쓴 시를 묶어 1980년에 출간한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스쳐 지나가는 것,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의 마음이 요 몇 년 새 급격히 커졌다. 아마도 폴 오스터의 『타자기를 치켜세움』을 읽은 직후, 알게 모르게 그런 마음이 표면적으로 의식화 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정작 그땐 몰랐지만 사라지고 뒤늦게서야 깨닫게 되는 소중함과 조금 더 아껴줄 걸 싶은 안타까움,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오는 헛헛함은 스쳐 지나갔음에 대한 자책으로 곧잘 연결됐기에 더 마음 쓰이고 아팠던 거라 생각한다.
우연히 스치는 질문 ----- 새는 어떻게 집을 짓는가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풀잎도 잠을 자는가,
대답하지 못했지만 너는 거기서 살았다 붉게 물들어
-<모래내 · 1978년> 3 중에서
그 즈음 읽었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는 그런 의미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독특한 비유와 파괴된 문법 구조 탓에 마치 작가 자신만 아는 암호라도 풀어내야만 할 것 같은 조급증이 이따금 생기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서서히 단어 하나 행과 연의 가름 하나에도 고심했을 그 마음을 헤아려 보는 사색의 시간이 자연스레 늘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속도에 민감한 일상 안에서 오히려 고마웠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 덕에 함축과 여백 안에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의 아쉬움을 묻을 수 있었고, 사라져 가는 것들을 마음 깊숙이에 담을 수 있었다.
정말이지 시(詩)라는 건, 반복하고 반복하며 음미하는데 묘한 매력이 있음에 분명하다.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 이성복 지음/문학과지성사 |
'별별책 >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 문학동네 (426) | 2015.08.02 |
---|---|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문학동네 (2) | 2015.07.26 |
파수꾼 | 하퍼 리 | 열린책들 (401) | 2015.07.22 |
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 달 (376) | 2015.07.14 |
꿈, 틀 | 소이 | 이덴슬리벨 (374) | 2015.07.01 |
호밀밭의 파수꾼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 민음사 (0) | 2015.06.26 |
꾸뻬 씨의 시간 여행 | 프랑수아 를로르 | 열림원 (0) | 2015.06.19 |
내 마음 다치지 않게 | 설레다 | 알에이치코리아 (0) | 2015.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