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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5

파수꾼 | 하퍼 리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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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파수꾼 | 하퍼 리 나는 파수꾼이 필요하다 지난주 수요일 『앵무새 죽이기』가 출간되고 55년 만에 전작이자 후속작인 『파수꾼』이 출간됐다. 그런데 책을 받아보기도 전에 애티커스 핀치가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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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수꾼이 필요하다

 

 

 

지난주 수요일 『앵무새 죽이기』가 출간되고 55년 만에 전작이자 후속작인 『파수꾼』이 출간됐다. 그런데 책을 받아보기도 전에 애티커스 핀치가 인종 차별주의자로 변절했다는 다소 의외의 소식을 먼저 전해 들었다. 흑인 인권을 위해 노력하던 애티커스의 모습이 워낙 강렬하게 남아 있던 탓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배신감마저 들었던 게 사실이다. 어찌 됐든 그렇다고 해도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고 싶은 마음에 첫 페이지를 펼쳤다.

 

알려진 바와 같이 『앵무새 죽이기』가 스카웃의 어린 시절 이야기였다면, 이번에 출간된 『파수꾼』은 어엿한 여성으로 성장한 스카웃이 고향인 앨라배마주 메이콤으로 돌아오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문제의 8장. 스카웃이 아버지의 서류들을 정돈하는 과정에서 니그로 그림 표지의 소책자를 발견하는데, 불행하게도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남은 2/3라는 적지 않은 분량의 스토리가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그려져 버렸다. 지금의 자신을 성장케 한 것이 아버지였다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정작 아버지는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는 인종 차별주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스카웃의 실망과 분노, 갈등은 당연한 수순이고 결과지 않은가. 물론 그러한 감정들을 폭발시키는 아버지와의 언쟁 부분은 이 소설의 절정에 해당한다. 이후, 고향을 떠나버릴 생각에 짐을 싸는 스카웃에게 삼촌인 핀치 박사는 '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야'라고 말하고 결국은…….  오히려 안타까웠던 건, 항상 붙어 다니던 오빠 젬의 이른 죽음과 방랑벽에 지금은 이탈리아에 있다는 소식밖에 언급되지 않아 이렇다 할 연결고리가 없이 마무리된 딜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인종 차별이 특히 심했던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기에 정의로웠던 애티커스의 행보가 더욱 부각됐던 걸 감안하면, 어떤 이유를 덧붙여 이해하려 해봐도 아쉬움이 남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선지 『앵무새 죽이기』 하나만으로도 독자적으로 충분히 완벽했는데, 어쩐지 군더더기가 붙어버린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어찌 됐든 모든 것을 차치하고 서라도 스카웃만은 어릴 적 당차고 올곧은 모습 그대로, 편견 없는 여인으로 성장해줬다는 것에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다.

 

 

 

손을 잡아 이끌어 주고, 매 정시마다 보이는 것을 공표해 주는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저것을 의미한다고, 가운데 줄을 긋고 한쪽에는 이런 정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저런 정의가 있다고,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해 줄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나가서 그들에게 그 모든 스물여섯 해는 누가 장난을 치기에는, 그게 얼마나 재미있든 너무 긴 시간이라고 공표해 줄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 p. 255

 

 

 

 

 

파수꾼 - 6점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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