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17

사랑의 온도 | 하명희 | 북로드

반응형

 

[이미지 출처 - 알라딘]

 

 

 

"당신은 사랑을 하며 고독을 견딜 수 있습니까?"

 

 

요즘 한창 방영 중인 드라마 사랑의 온도 원작 소설이다. 원래는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던 것을 드라마 방영에 맞춰 새로운 이름으로 재출간한 듯싶다. 그래서인지, 주인공들이 PC통신을 통해 처음 만남을 시작하는 설정이 지금 읽기에 올드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었던 '나'(현수)는 단짝인 홍아에 이끌려 PC통신 요리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고, 그곳 채팅방에서 정선을 만난다. 온라인 상에서의 마주침은 곧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홍아의 결혼에 '나'와 정선은 급격히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정선은 자신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말과 함께 좋아했었다는 과거완료형 고백을 한다. 그제야 '나'는 자신도 정선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지나, '나'는 바라던 방송작가가 되었고 곁에는 한결같은 모습의 정우가 있다. 정선 역시 프랑스 요리 전문점을 내고 요리사가 됐다. 그리고 다시 운명처럼 재회한다. 

 

 

5분 일찍 떠난 시침은 5분을 뒤로 돌리지 않는 한 정확한 시간을 맞출 수 없다. 시계의 5분은 뒤로 돌리면 되지만, 인간에게 엇나간 타이밍은, 신이, 보이지 않는 강한 손이, 맞춰 주지 않으면 계속 엇나간다. 인간은 그걸 운명이라고 부른다.    - p.196

 

 

 

한 번 엇갈림 후의 만남에 신은, 보이지 않는 강한 손은 현수와 정선을 그저 가만히 두고만 있었다. 사실 소설의 결말이 탐탁지 않다. 생경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의 사랑 앞에 한없이 소극적이었던 정선의 캐릭터가 내 안에서 못마땅했던 이유리라. 그의 말처럼 사랑은 쌍방통행이지 일방통행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것을 드라마 상에서는 맺고 끊음이 분명한 '현실 남자'로 잘 풀어냈지만, 소설 속에선 자신의 사랑 앞에 우유부단한 한 남자가 있을 뿐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분명한 태도를 취했어도 좋으련만. 정선은 결국 마지막 편지를 통해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긴 하지만, 확실히 신은, 보이지 않은 강한 손은 그의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타이밍이란 것이 이렇게도 중요한 것임을 새삼 절감하게 만드는 스토리다.

 

소설 속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드라마에선 과연 그 전화를 받을 수 있을는지 궁금해진다.

 

 

 

 

 

 

사랑의 온도 - 4점
하명희 지음/북로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