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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8

별수 없어서 그린 일기 | 루비 앨리엇 | 종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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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우린 다 괜찮을 겁니다

 

 

 

독특한 책을 발견했다. ‘별수 없어서 그린 일기’라니. 페이지를 휘이 넘기며 본 첫인상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곧잘 노트 모퉁이에 끄적이곤 했던 낙서들을 연상케 했다. 더없이 간결하지만 어쩐지 모르게 꿈틀대는 영혼의 자유를 품은.

 

 

네. 보다시피 저는 다방면으로 실패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에서 꼭 그리고 싶었던 건 제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 머리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 이 영역의 것들이 다소 이상하고 혼란스럽게 버무려지는 방식인데요, 저 자신에 대한 그림이지만 그중 어떤 부분은 당신에 관한 것이길 바랍니다. 뭐, 아니어도 괜찮아요. 이 책을 네모반듯한 최고급 코스터 같은 걸로 쓸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윈윈.    - p.9

 

 

 

저자의 그림들은 수 년간 계속된 섭식장애로 상담치료를 받았던 그녀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그 힘겨웠던 시간 안에서 느꼈던 여러 상념들을 그림과 짧은 에세이를 통해 진솔하게 풀어낸 것이다. 그런데 그것들에는 처한 상황에 대한 슬픔과 고통, 안타까움에 대한 질척임 대신 특유의 쿨함이 자리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 매달려 있기보다는 허를 찌르는 상상력을 발휘해 답답하고 우울했던 마음을 한결 풀어주는 식이다. 그 별 것 아닌 저자의 유머와 상상이 피식 헛웃음을 나게 하고 마음을 놓이게 하며, 심지어 다소 가라앉았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진다. 어쩌면 혼란스럽고 불행한 인생의 한 순간을 지독하게 진지하고 예민하게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유머러스하고 시크하게, 때론 덤덤하고 담대하게 넘길 수 있는 기지가 필요하다는 역설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하루 일과의 짬 속에 가벼이 읽을 책을 찾는다면, 저자 루비 앨리엇이 별수 없어서 그린 일기를 엿보시길.

 

 

안다. 세상의 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원히 그렇지는 않다.    – p.73

 

 

 

 

 

별수 없어서 그린 일기 - 6점
루비 앨리엇 지음, 나윤희 옮김/종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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