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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1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류시화 |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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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여행해야 할 신비

 

 

 

가만히 코로나 직전까지의 근래 여행들을 떠올려 보았다. 실로 나의 여행은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해서도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일상만 아니면 좋겠다는 이를테면 탈출의 의미가 컸던 것이리라. 그런데 이제는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마음만 먹으면 여력이 되는 한 떠날 수 있었던 나날의 소중함과 직면해야만 하는 순간에 이르고 말았다. 그것은 곧 지난 여행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즐거웠던 한때를 회상하는 일인 동시에 그간의 여행이 알맹이 없는 한바탕의 소비에 그치고 말았던 건 아니었는지 새삼 살피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런 즈음에 마주하게 된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속 에피소드는 적잖은 깨달음을 선사한다. 말하자면, 여행 안에서 마주한 길거리 현자들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들 삶의 태도 안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배움을 얻고 실천해 나갈 수 있는 힘을 몸소 깨우치게 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문득 인도의 매력이란 무엇일까,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갈망하게도 만든다. 「굿모닝 인디아」라는 글에 ‘인도는 결코 다가가기 쉬운 나라가 아니다. 열 번을 여행했지만 인도는 여전히 내게 불가사의하고 신비한 나라이다. 더럽고, 익살맞고, 황당하고, 고귀하고, 기발하고, 화려하다. 인간의 모든 고정 관념을 깨부수는 것들이 뒤범벅되어 마술처럼 펼쳐진다.’(p.232, 233)라는 대목이 나온다. 그 마술을 언젠가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고 괜스레 검색창에 ‘인도’를 입력해 보기도 하면서. 무릇 여행에 답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까운 시일 내 어디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된다면 그와 같은 여행, 그러니까 일상의 삶과 동떨어진 여행이 아닌 더 현명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삶 속의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도 만든다.

그야말로 책을 손에 쥐고 있는 동안 아주 자연스레, 여행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 떠올리게 하는 마법과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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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가지 만트라 


첫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는 말라. 그러면 누구도 그대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하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넌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셋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 p.68, 69

 

 

 

 

정말 아무것도 볼 게 없는 마을이었다. (…) 하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여행은 꼭 무엇을 보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니니까. 우리가 낯선 세계로의 떠남을 동경하는 것은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일 테니까.    - p.37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8점
류시화 지음/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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