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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1

새들 | 요시모토 바나나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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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새가 너에게 무언가를 전하러 왔다면,
그건 엄마가 보내는 영원한 메시지야.”

 

 

 

‘조금은 불완전했지만, 흔들림 없이 함께였고, 즐거웠’(p.58)던 가족, 그러나 이제 남은 사람은 마코와 사가 단둘뿐이다. 다카마쓰 씨를 잃고, 사가의 엄마, 마코의 엄마가 차례로 세상을 떠난 뒤, 두 아이만이 오도카니 이 세계에 남겨진 것이다. 아직 다 성장하지 못한 여린 아이들이 감당해야만 했을 슬픔의 크기, 앞날의 막막함이 어땠을는지 가히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 일은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데에 있지 않았을까. 대학생인 마코는 배우로서 연극 무대에 서는 것으로, 사가는 빵을 만드는 일을 해나감으로써 각자의 오늘을 충실히 살아내면서도 쉬이 떨쳐버릴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서로가 있기에 버텨낼 수 있었음은 자명한 사실인 까닭이다. 물론 서로가 서로에게 아픈 얼굴이기도 해서 힘든 나날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미진하더라도 조금씩 극복해 나가고자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이도 없을 테니 말이다. 말하자면, 존재 자체만으로도 서로에게 상당한 힘이 되어주었으리라.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사랑스러운 필체 안에서 그들이 보여준 살아갈 힘은 한층 돋보인다. 더욱이 가혹하다 싶을 만큼 연이은 상실의 아픔 안에서도 힘껏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코와 사가의 모습이 삶 속 크고 작은 어려움에 놓이곤 하는 우리를 격려한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도 새들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올곧게 살아가면 된다고, 그럴 수 있다고.

 

 

“맞아. 혹독한 일 뒤에 숨겨져 있던 게 하나하나, 상처가 아물어 갈수록 떠올라 알게 되었어. 어른이 되니까. 이 두 눈에 모두 기록해 두기를 잘한 거지. 나는 태어나서 다행이야. 다카마쓰 씨와 엄마들을 기억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사가도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 말도 훌륭한 기도야. 추억도 기도의 일부이고.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져도, 우주에 동그마니 떠서 남아 있을 거야.” 이렇게 머리만 크고, 모나고, 사는 데 서툴고, 아무리 애써도 빛나가는 우리의 삶이 공간에 새겨진다.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한 마음을 품고, 가끔은 그렇게 생각해 본다. 전부가 별거 아니라고, 흔히 있는 일이라고.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데도 그 흔적 속에 있으니 부끄러울 정도라고.    - p.188, 189

 

 

 

 

 

새들 - 6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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