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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1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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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한국문학의 가장 크고 따뜻한 이름, 박완서
그가 남긴 산문 660여 편 중 가장 글맛 나는 대표작 35

 

 

 

작가 박완서를 떠올리면 단연 ‘한국문학의 어머니’라는 칭호부터 떠오른다. 여기에 더해, 내 마음속에서는 입담 좋은 할머니로 우뚝 서 있다. 단순히 물리적 나이차가 그즈음인 영향도 있겠지만, 그녀의 이야기에 매몰되어 있을 적이면 늘 할머니의 너른 품, 때때로의 인간적인 모습에 친근함을 느끼곤 했던 까닭이다. 더욱이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격동의 시대, 그 생생한 이야기를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전해 듣고 싶은 작은 바람이 있었지만 허락지 못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허기진 부분을 문학이라는 울창한 숲이, 그 안에서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나목」 등의 작품이 채워주었고, 내 마음속에 아름드리나무처럼 듬직하게 뿌리내리게 되었다.

올해로 박완서 작가가 세상을 떠난지 10년이 되었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10주기를 맞이해 그녀가 남긴 산문 중 35편을 추려 새로이 펴낸 책 이라 했다 실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작가의 글에는 여전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느슨해지지 않는 어떤 탄력, 그 팽팽함이 문장 곳곳에 고스란히 살아있던 것이다. 더욱이 - 때때로의 곤란과 어려움이 찾아들곤 하는 - 일상이라는 굽잇길을 지나는 중에도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며 기꺼이 언덕 넘고 개울 건너 나아가고자 했던 삶을 향한 의지는 그녀이 따뜻한 시선과 더불어 여전히 빛이 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 작가의 마음이 온전하게 전해져 왔달까. 그야말로 선한 기운이 아닐 수 없다! 그녀의 생전 말처럼, 나 역시 이야기에 스민 효능을 믿고 있기에.

이야기의 즐거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인지를 내게 알려준 작가라서 더 애틋한 마음이 드는 밤이다.

 

 

 


뛰어난 이야기꾼이고 싶다.
남이야 소설에도 효능이 있다는 걸 의심하건 비웃건 나는 나의 이야기에 옛날 우리 어머니가 당신의 이야기에 거셨던 것 같은 효능의 꿈을 꾸겠다.


- p.206 「뛰어난 이야기꾼이고 싶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10점
박완서 지음/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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