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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1

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 | 성녀 소화 데레사 |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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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작은 꽃, 작은 붓, 작은 길의 영성

 

 

 

나의 세례명 데레사. 유아 세례를 받았기에 내게 선택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짐작건대 생일과 일치하는 축일을 가진 성인들 중의 한 분으로 정한 것이리라. 그렇기에 내가 세례명을 처음 자각했을 때는 어린 시절 주일학교를 다니기 시작할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곧이어 알게 됐다. 성당에 가면, 여기에도 저기에도 어디에도 데레사는 늘, 반드시, 꼭 존재함을. 그런 까닭에 어린 마음에 기왕이면 흔하지 않은 세례명이었으면 어땠을까, 철없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데레사 성녀를 따르고 싶어 하는 가톨릭 신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을까. 더욱이 그 이름을 지닌 성녀는 나의 성인 리지외의 데레사뿐 아니라 아빌라의 데레사를 비롯, 여러 분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한참 뒤의 일이다. 그러니까 내 옆의 데레사가 꼭 나의 데레사란 법은 없음을 그때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 어찌 됐든 나의 두텁지 못한 신심 탓에 그분의 삶을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품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로 했다.

『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은 가족들로부터 사랑 받았던 유년 시절을 거쳐 가르멜 수도원에 들어가길 소망하며 마음앓이하던 시기, 입회하여 ‘작은 꽃’이 되어 자신만의 ‘작은 길’을 걸어 나가고자 했던 수녀원에서의 생활과 이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품어 온 신앙에 대한 생각과 말이 담겨 있다. 더욱이 임종 직전까지 성녀의 곁을 지켰던 이들의 이야기가 덧붙여져,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고자 온 생애를 바친 그분에 대하여 알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지침이 되고 있다. 말하자면, 신앙인으로서 나아갈 길을 밝혀 주는 것이다. 고백하건대 책을 펼쳐 들기 전까지의 나는 입때껏, - 성녀의 삶이라는 데에서 막연히도 - 나란 존재로서는 도저히 가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전개되리라는 막막함을 가슴 한 켠에 품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 뜻밖에도 성녀가 풀어낸 이야기 안에서 그런 우려는 기우였음을 곧 깨달았다. 마치 문학소녀와도 같은 비유들과 다양한 예시가 외려 마음에 쉬이 와닿는 동시에 때때로의 고난과 역경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좇았던 맑고 순수한 영혼에 친근감을 느끼게 된 연유다. 물론 그분이 걸었던 그 ‘작은 영성의 길’이 결코 활자 그대로 작지만은 않음을 안다. 그럼에도 다정하고 겸손하며 때로는 슬퍼하고 절망하기도 하는 글들 안에서 그분과 나 사이의 시간적, 공간적 나아가 영성의 거리를 좁히며 마음속에 부쩍 가까이 스며들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저를 인도하는 것은 오직 하느님의 거룩한 뜻에 저를 모두 맡기는 것뿐이고, 다른 나침반이라고는 없습니다! 이제는 세상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제 영혼에 하느님의 뜻이 완전히 이루어지는 것만 열렬히 구할 뿐입니다.’(p.333)라고 말하며, 하느님께 온전히 자신을 의탁했던 성녀의 굳센 믿음에 감히 다다를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녀가 말씀하신 대로 나 역시 기도의 힘을 믿기에 머물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신앙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가톨릭 신자라면, 신앙 생활의 빛이 될만한 보석 같은 책이다.

 

 

 

루이와 젤리 | 엘렌 몽쟁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루이 마르탱과 젤리 마르탱 성인 이야기! 마르탱 부부는 소박한 생활 안에서도 성덕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두 사람도 젊은 시절에는 봉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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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힘이 얼마나 큽니까!
 
(…)

제게 있어서 기도는 하나의 열정이며,
하늘을 한번 우러러보는 것,
기쁨을 맛보거나 시련을 당할 때에도
감사와 사랑을 부르짖는 것입니다.

끝으로,
그것은 영혼을 살게 하고
예수님과 결합시키는 위대한 무엇,
초자연적인 무엇입니다.

- p.449, 450

 

 

 

 

 

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 - 10점
성녀 소화 데레사 지음, 안응렬.고선일 옮김/가톨릭출판사

 

 


 

 

 

+ 2021.10.01 가톨릭목포성지

 

성녀 소화 데레사(1873-1897) 유해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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