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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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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자매 | 요시모토 바나나 | 민음사 함께하는 순간, 사소한 사건도 따스한 이야기가 된다 등장인물인 언니와 나의 이름은 돈코와 구리코다. 그래서 도토리(돈구리) 자매. 도토리는 매끈하고 차갑고 행복한 감촉이었다. 그 어떤 사소한 것도 의미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이어가게 해 줘서 진심으로 고마웠던 보석 같은 책이었다. 살아 있음의 기쁨을 만끽하며 지내야지. 지금까지 다소 충격을 받은 경험은 있지만, 내 영혼의 심지는 짓눌리지 않았다. 그리고 사고방식이 조금 이상해졌다 해도, 거기에 집착만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상처도 아물고 또 어디서든 행복이 쏙쏙 생겨난다. 그것은 아마도 생명력과 같은 것이리라. - p. 55 즐거우니까 살아가자는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다만 몸이, 본능이 살아가자고 하니까, 오직 살아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 레이먼드 카버 | 문학동네 사랑에 대해 말하다 단편소설은 호흡이 짧은 편이라 느슨하게 읽을 법도 한데, 짧은 글 안에 작가가 의도한 것을 압축해서 담았기 때문에 오히려 밀도가 높다. 그래서 어느 한 문장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을 만큼. 레이먼트 카버의 글들도 마찬가지였다. 표제작인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포함해 총 17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단편들은 하나같이 별다를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일상은 우리가 삶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하는 사소하면서도 때로는 중대한 문젯거리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그것들은 타인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다소 지치고 절망적인 일상이다. 레이먼드 카버는 그런 일상을 숨기지 않고 거침없이 내보인다는 점이 그의 글이 가진 매력으로 꼽을 ..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 야기사와 사토시 | 블루엘리펀트 사랑과 이별에 관한 가슴 따뜻한 이야기 최근 도쿄에 다녀오면서 진보초(神保町)에 가고 싶었는데, 엎어지면 코 닿을 오차노미즈(御茶ノ水)에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리하여 다음을 기약하며, 진보초의 허름한 서점을 배경으로 한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로 아쉬움을 달래 보기로 한 것. 사실 어떻게 보면 실연의 아픔을 차츰 극복해 나간다는 반전 없는 뻔한 스토리인데, 이런 잔잔하면서도 일본 소설 특유의 진한 여운이 은근 매력적이었던 두 편이었다. "… 여기는 항구고 너라는 배는 잠시 닻을 내린 것 뿐이야. 그러니 잘 쉬고 나서 다시 출항하면 되지."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블루엘리펀트
SLAM DUNK 完全版 全24卷セット | 井上雄彦 | 集英社 만화엔 별 취미가 없었다. 물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고. 그런데 우연히 보게 된 슬램덩크(SLAM DUNK)의 기억만은 유독 강렬하게 남아있다. 아마도 그건, 개성 돋보이는 인물들이 전국 재패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열정적인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으리라. 이후에 다시 만난 슬램덩크 역시 예전에 받았던 그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지금껏 그 여운을 간직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그로부터도 시간이 꽤 흐른 지금에 와서도 분명 마찬가지일 거다. 그만큼 슬램덩크는 한번 보면 끝인 만화 정도로 단정 짓기에는 그 안에 담긴 것들이 아깝다. ……しかしこの写真が表紙に使われることはなかった。 山王工業との死闘に全てをだし尽くした湘北は続く3回戦アイワ学院にウソのようにボロ負けしたー。 *** SLAM DUNK..
울지 않는 아이·우는 어른 | 에쿠니 가오리 | 소담출판사 '울지 않는 아이'에서 '우는 어른'이 되기까지 에쿠니 가오리 성장 에세이! 에쿠니 가오리가 전하는 성장일기, 『울지 않는 아이』와 『우는 어른』은 그녀가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과 같은 취향에서부터 일상에서 그녀가 얻는 소소한 즐거움, 한 인간으로서 삶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글을 쓸 수 있었던 출발과 진행형인 작가로서의 삶 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어른스럽다는 것은… 등뼈를 반듯하게 세우고 있는 것, 어리광을 피우거나 아부하지 않는 것." "울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진정으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는 뜻이겠지요." 더보기 + 가끔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는지… 문득 타인의 삶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슬쩍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 송정림 | 나무생각 서로 기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동 에세이 틈틈이 하나씩 읽는 즐거움을 준, 새삼 부모님과 주변인들께 고마운 마음을 갖게 했던, 사소한 것에도 짜증과 불평을 일삼던 미운 마음을 잠재우게 했던,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결코 당연한 것들이 아닌 내가 가진 모든 것들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했던,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기대고 살아가는 모습들……. 서로 위하며 서로 미소를 나누는 모습들이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렬한 아름다움입니다. - p.44 행복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요? 내가 하는 일, 내 곁에 있는 사람, 내가 머물고 있는 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것, 그것이 행복의 유일한 조건은 아닐까요? - p.74 아이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을 일깨워 주는 순수의 시인이며, 무..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 은희경 | 문학동네 '당신'의 몸과 마음을 관통하고 지나간 날실과 씨실의 흔적들 당신의 시간, 우리의 이야기 여섯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했다.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각기 처한 상황이나 배경 등이 전혀 달랐으니까. 하지만 점차 읽어나가면서 이야기의 흐름에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테면 여러 편에 걸쳐 등장하는 소위 없는 것 없이 잘 갖춰졌지만 어딘가 2% 부족한 신도시가 주는 공허한 이미지가 그랬고, 마주한 상황에 결정적인 문제는 없지만 겉돌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던 이유리라. 그리고 한 발짝 뒷걸음친 자리에서 바라보는 시선 혹은 특유의 냉소 역시 그런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마지막 글인 「..
잃어버린 것들의 책 | 존 코널리 | 폴라북스(현대문학)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려야 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 분량이 상당한 편이지만, 이야기가 술술 읽혀서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돋보인다. 기존의 동화들이 적절하게 배합돼서 어느 정도 익숙한 듯하면서도 미묘하게 달리 전개되는 흐름도 신선하고. 특히나 주인공 데이빗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며 알게 되는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깨달음이 우리의 성장 과정과도 크게 다를 바 없기에 한편으로는 진지하게 읽을 수밖에 없었다.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려야만 했던 모든 것들의 이야기를 『잃어버린 것들의 책』 속의 데이빗을 통해 들어보시길. 데이빗은 숲사람을 따라 숲길로 들어섰다. 오솔길을 걷고 시냇물을 지나자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오두막이 보였다. 조그만 뜰에 묶여 있는 말이 평화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