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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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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 | 기욤 뮈소 | 밝은세상 단숨에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충격적 스토리,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감동! 그간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어 오면서, 어느새 내 안에서 꽤 친숙한 작가가 됐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사랑의 테마를 줄곧 다루고 있지만, 언제나 흥미롭게 술술 읽고 있다. 이번에 읽은 『그 후에』 역시 마찬가지. 특히 역자 후기에 보니, 작가가 사경을 헤맬 정도로 심한 교통사고를 당하고 난 이후에 쓴 글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죽음을 눈앞에 둔 네이선을 통해 잠시나마 그 경계에서 위태롭게 서 있던 그가 마주했을 죽음에 대한 깊은 고뇌가 진솔하게 다가왔다. 덕분에 세상에 온전하게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축복받을 일임을 새삼 느낀다. 그동안 얼마나 불만 가득한 삶을 살아왔던가. 일이 너무 많다고, 세금이 너무 많다고, 제약이 너무..
티티새 | 요시모토 바나나 | 민음사 츠구미 마리아의 시선에서 그려지고 있지만, 『티티새』는 어디까지나 츠구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역시나 작가의 말을 보면, 상당 부분 츠구미가 작가 자신의 지난날을 떠올리며 형상화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티티새』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자전적 소설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츠구미는 정말이지, 밉살스러운 여자애였다." - p.7 하지만 츠구미를 미워할 수만은 없다. 몸 상태가 좋지 못해 언제나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삶을 이어가는 그녀지만, 그것 자체에 대한 맹목적인 불안감 따위는 없다. 오히려 뒤로 숨지 않고, 조금은 제멋대로더라도 솔직한 말과 행동을 보이는 츠구미가 외려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마리아 뿐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보면서 성장한다. 그리..
하드보일드 하드 럭 | 요시모토 바나나 | 민음사 어둠에서 빛으로, 겨울에서 여름으로 지난해 두 분 할머니를 갑작스레 보내 드리면서 이별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다. 그런 까닭에 이 책에 더 눈길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하드보일드」와 「하드 럭」 이렇게 두 편의 이야기가 담겼는데, 모두 가까이 있던 이의 죽음을 소재 삼고 있다. 흔히들 죽음을 삶의 일부라고 하지만, 소중했던 이를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보내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어떤 마음으로 한 문장 한 문장 적어 내렸을까, 생각하며 읽다 보니 묘하게 수긍 가며 마음에 와닿는 말들이 제법 있어서 아끼며 읽어 보았다. # 01. 「하드보일드」 일전에 미치 앨봄의 『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을 읽으며 내가 느끼고 다짐했던 것과 놀라울 만큼 비슷한 구절이 있어서, 반가운..
당신에게 여행 | 최갑수 | 꿈의지도 모든 순간이 여행이며 우리의 모든 추억은 찬란하다 가끔은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근데 또 막상 가려고 하면 어딜 가야 좋을지 망설이고 있을 때가 비일비재. 그럴 때를 대비해서 『당신에게, 여행』을 통해 미리 멋진 장소를 만나보고 킵해두는 건 어떨까. 줄곧 그런 마음으로 읽으며, 마음에 드는 곳에 플래그를 붙여뒀다. 나는 풍경이 사람을 위로해 준다고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나 누군가의 거짓말 때문에 마음을 다쳤을 때, 우리를 위로하는 건 풍경이다. 힘들고 지쳤을 때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풍경이 지닌 이런 힘을 알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일은 좋은 음악을 듣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당신에게, 여행 - 최갑수 지음/꿈의지도
두근두근 내 인생 | 김애란 | 창비 두근두근 이 여름, 가슴 벅찬 사랑이 시작된다!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과 가장 어린 부모가 전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 『두근두근 내 인생』. 열일곱의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가진 철없는 대수와 당찬 미라는 남들보다 빨리 늙어가는 병에 걸린 아이를 키우며 점차 어엿한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그리고 선천성 조로증에 걸려 열여섯의 나이지만 여든 살의 신체를 가진 아름이 또한 그런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속 깊은 아이로 성장한다. 이들이 놓인 객관적 상황만을 떠올리자면 굉장히 슬프고 침울 해야 맞겠지만, 결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었기에 대수와 미라, 조로증에 걸린 아들 아름이를 마주하는 일이 마냥 힘겹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씩씩하고 밝게 살아가고자 하루하루 노력하는 아름이네 가족을 보면서, 진심으로 함께 웃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김영하 | 문학동네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 프랑스의 여성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되었을 때 내뱉은 말로도 이슈가 됐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타이틀로 한 김영하 작가의 소설이다. 그녀의 당당했던 발언만큼이나, 소설 역시 참신하다 못해 상당히 파격적이다. "아무도 다른 누구에게 구원일 수는 없어요." - p.133 오직 자신만이 구원일 수 있다는 미미의 결론과 그 선택이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 자못 놀랍다. 그러한 권리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그녀의 결단력이 가상하달까. 소설 속 '나'는 미미와 유디트를 보내며,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 글을 읽을 이들에게 말한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 모두 인생에 한 번쯤은 유디트와 미미처럼 마로니에공원이나 한적..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 문학동네 숨 가쁘게 내달린다 그리고 문득 눈앞을 가리는 아득한 실연!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명확한 문체가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레 속도감 있는 전개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속도감에 대한 배반을 극대화하는 데에, 모자람 없는 절대적 장치였단 생각이 든다.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 p.145 70세 노인 김병수는 전직 수의사이자, 연쇄살인범이다. 그리고 그는 은희를 구하고자 마지막 살인을 시도하려 하고, 나 또한 차츰 그렇게 믿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김병수도 나도 혼란에 빠졌다. 노트를 들추거나 녹음된 내용을 들어보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일이 기록되어 있곤 한다. 기억을 잃어가고 있으니 당연한 일. 기억에 없는 나 자신의 행위, 생각,..
바니보이 | 안토니(글)·에코(그림) | 사람사는세상 "꽃이 활짝 핀 나무 한 그루를 찾으려고요." 예전에 사랑할 때 꽃이 활짝 핀 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던 그녀를 떠올리며, 안토니는 나무를 찾아 여행을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소중한 경험을 해 나간다. 그 여정이 내 마음까지도 훈훈하게 만든다. 바니보이 - 안토니 지음, 이연령 옮김, 에코 그림/사람사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