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14

(42)
타자기를 치켜세움 | 폴 오스터 | 열린책들 시대의 유물 타자기 1974년 7월의 어느 날. 타자기가 망가진 폴 오스터는 새 타자기를 구입할 여유가 없던 차, 친구에게서 40달러에 서독에서 제조된 올림피아 포터블을 가져온다. 그렇게 그날 이후 그가 쓴 모든 단어는 이 타자기로 쳐진다. 이후, 90년대가 되고 주변 사람들은 매킨토시와 IBM으로 옮겨 갔고, 친구들은 여전히 타자기를 고수하는 그를 놀려 댄다.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들에게 좋은 것이 반드시 내게도 좋은 법이라고는 없는데, 무슨 이유로 내가 있는 그대로도 완전히 행복할 때 변화를 해야 할까? - p.22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타자기에 특별한 애착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고 타자기의 존재 자체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점차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좋건 싫건..
인생수업 | 법륜 | 휴(休)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스님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흐르는 대로 담담하게 자기 자신과 마주하라고 말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삶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그것은 결국 인생의 행복으로 귀결된다면서. 생각해 보면, 늘 행복한 삶을 꿈꾼다고 입버릇처럼 내뱉으면서도 정작 그런 삶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오히려 눈앞에 놓인 당장의 불만과 불평들에 집착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적잖은 데다가, 어쩔 땐 한숨짓는 자신의 모습에 자신도, 주변 사람도 익숙해져 버리는 건 아닐까, 머리가 쭈뼛 설 때조차 있기 때문이다. 『인생수업』은 행복을 바라면서도 불만을 토로하기에 급급했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사실 인생의 행복이란 것은 손에 잡힐듯 싶으면서도 쉽사리 잡히지 않..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 책이있는풍경 다시 읽는 '눈물의 미학' 새롭게 만나는 '마음들' 2003년 첫 출간됐지만,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던 것을 책있는풍경에서 새롭게 재출간했다고 한다. 함민복 시인의 문학적 토대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살아갈 이야기들을 한데 엮었기 때문에 그의 시를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던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눈물은 왜 짠걸까'였다. 책 제목 때문에 생긴 순간적인 호기심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진지하게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러고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첫 페이지를 펼쳤던 거 같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
週末、森で(주말엔 숲으로) | 益田ミリ | 幻冬舍 타박타박 걷다보면 하루하루가 반짝반짝 빛난다! 하야카와, 마유미 그리고 셋짱(세츠코)은 자연과 가까이하며 도시 생활에서는 미처 보고, 듣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알아간다. 알게 모르게 자연이 주는 작은 기쁨 같은 걸 하나씩 경험하면서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연에 대한 동경의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가령 언젠가 아파트를 벗어나, 나무와 꽃이 있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던지…, 하는 유의 상상을 잠시나마 했던 건 분명 자연과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하야카와, 마유미 그리고 셋짱이 산에 올라 나무 이름, 열매 이름, 새 이름 등을 하나씩 알아가며 기쁨을 느끼듯이 나 또한 아직은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거창하지 않아도.. 꽃 하나, 풀 하..
행복한 그림자의 춤 | 앨리스 먼로 | 뿔(웅진) 북미 최고의 작가 '앨리스 먼로' 대표 소설집 지난 가을, 미야자키(宮崎)에서로 기억한다. TV를 켰는데, 때마침 2013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특히나 후보들 중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수상을 유력시하고 있던 터라, 일본 언론은 무척이나 상기된 표정으로 초조하게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발표된 수상자는 캐나다의 여성 작가, 앨리스 먼로(Alice Munro). 하루키의 작품이라면 꽤 읽었지만, 그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에 궁금해졌다. 새해가 밝고, 그렇게 읽어본 앨리스 먼로의 『행복한 그림자의 춤』.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1950년대부터 15년에 걸쳐 써온 단편들을 한데 엮어 1968년에 펴낸 그녀의 첫 단편집이다. 각각의 단편들은 서로 다른 ..
겨울일기 | 폴 오스터 | 열린책들 호흡의 현상학으로 들여다본 폴 오스터 의 인생 『겨울일기』는 지난 삶을 숨김없이 돌이키며, '당신'이라는 2인칭 묘사를 통해 폴 오스터 자신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적고 있다. 특히나 어렸을 적 친구가 번개에 맞아 죽은 일, 아버지가 여자 친구와 정사를 나누던 중 죽은 일, 두 명의 계부가 갑작스럽게 죽은 일, 건강하다고 여겼던 어머니가 불현듯 죽은 일 등을 떠올리며,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죽어야 한다(할 수만 있다면). - 주베르 그는 이 문장에, 특히 괄호 속의 말에 감동한다고 적고 있다. 어쩌면 그 마지막이 고통스럽건 고통스럽지 않건 마지막에 가서 사랑스러워진다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인간의 성취는 없을지도 모른..
법륜·혜민 님들이 생각한 말 | 김옥림 | 북씽크 촌철살인과 같은 한마디 말엔 깊은 울림이 있다 프롤로그에도 쓰여 있듯이, 한마디 말에는 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법륜 스님과 혜민 스님께서 그동안 말씀하신 '말'을 엮은 이 책은 그야말로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보물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곁에 두고 언제고 읽을 수 있고 또한 마음속에 담아 되새긴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보는 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 법륜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버릇을 멈추는 것 그것이 성숙이다. - 혜민 법륜.혜민 님들이 생각한 말 - 김옥림 지음/북씽크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 케이트 디카밀로 | 비룡소 사랑과 감동의 메시지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사랑을 받는 것에만 익숙했던 에드워드 툴레인이 여행을 통해서 받기만 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성숙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 안에서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 얼마나 큰 행복이고 감동일 수 있는지, 깨닫게 한다. 마지막 부분. 누가 데리러 오든 신경 안 쓴다는 에드워드의 말에 백 살 먹은 나이 많은 인형은 충고한다. "그건 끔찍해.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는 의미가 없잖아. 의미가 없어. 기대를 가져야지. 희망을 가져야 하고. 다음에는 누가 널 사랑하고 네가 누구를 사랑하게 될지 궁금해야지. (…) 네가 사랑하거나 사랑받을 생각이 전혀 없으면 어떤 여행도 무의미해." 그리고 마침내 에드워드는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음을 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