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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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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 이성복 | 문학과지성사 이성복 시인이 1978,79년에 쓴 시를 묶어 1980년에 출간한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스쳐 지나가는 것,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의 마음이 요 몇 년 새 급격히 커졌다. 아마도 폴 오스터의 『타자기를 치켜세움』을 읽은 직후, 알게 모르게 그런 마음이 표면적으로 의식화 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정작 그땐 몰랐지만 사라지고 뒤늦게서야 깨닫게 되는 소중함과 조금 더 아껴줄 걸 싶은 안타까움,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오는 헛헛함은 스쳐 지나갔음에 대한 자책으로 곧잘 연결됐기에 더 마음 쓰이고 아팠던 거라 생각한다. 우연히 스치는 질문 ----- 새는 어떻게 집을 짓는가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풀잎도 잠을 자는가, 대답하지 못했지만 너는 거기서 살았다 붉게 물들어 - 3 중에서 그 ..
꿈, 틀 | 소이 | 이덴슬리벨 나답게 살고 싶다 이를 위해 고민했던 수많은 밤 자칫 쓸데없고 자질구레하게 느껴졌던 것 마저도 한참 뒤에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자양분이었다고 고개를 끄떡일 때가 더러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런 시기를 통과한 후이기에 가능한 수긍은 아닐는지. 그런 탓에 지금 서 있는 위치가 불완전해서 위태롭고 불만족스럽다면, 자연히 일상의 모든 것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감정의 폭 또한 커진다. 물론 기쁘고 신나는 일이 있을 때를 포함한 얘기지만, 견디기 힘들게 외롭거나 정말 미운 사람을 만났을 때, 혹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의 끔찍한 일과 마주했을 경우에 한층 그러하다. 그런 날 어떤 마음으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그 시기를 보냈던가, 잠시 지난날을 떠올려봤다. 결국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감..
호밀밭의 파수꾼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 민음사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 p. 248 [빌 헬름 스테켈 (정신분석 학자)] 『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 콜필드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2박 3일간의 여정을 담은 소설이다. 조금 더 보태자면, 자신을 둘러싼 환경 안에서 갈등과 고민을 거듭하며 서서히 성숙해 가는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전개 과정을 거치는데, 중요한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진부하지 않다는 데 있다. 오히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고 또 겪었을 십 대 시절의 방황과 일탈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 모습 혹은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한다. 떠올려보면 도서관에서 이 책을 처..
꾸뻬 씨의 시간 여행 | 프랑수아 를로르 | 열림원 누군가의 1초는 행복하고, 누군가의 1초는 권태롭다 현재를 살아라, 영원한 것처럼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마음속 시계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 혹은 느린 속도로 흐르는 것에 심한 피로함을 느끼는 일이 더러 있다. 그렇다면, 이런 스트레스에서 한결 자유롭게 생활하기 위해선 어찌해야 할까. 하지만 그전에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곗바늘의 움직임은 어느 누구에게도 공평하다는 것, 그리고 그 공평한 시간의 흐름 안에서 행복하고 권태롭고의 차이는 스스로에 달려있다는 사실 말이다. 꾸뻬 씨의 시간 여행에 동행하면서, 그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며칠이 꽤 흥미로웠다. 우선 현재의 삶에 충실해야지. 현재가 곧 영원이며, 그것이 전부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도록 애써본다. -p.276 꾸뻬..
내 마음 다치지 않게 | 설레다 | 알에이치코리아 "노란 포스트잇 한 장으로 마음의 얼룩을 닦다!" 침잠의 시기. 모든 게 다 귀찮고 누구의 방해 없이 혼자 있고 싶기만 하다. 지금은 몸을 낮추고 힘을 비축하는 시기. 그렇게 생각지 않으면 무너지고 만다. 누가 공격을 해서가 아니다. 내 안에 내가 어긋나고 마는 것이다. 내 안의 내가 어긋나면,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그 위화감이 전해지고, 사람들의 반응도 이상해진다. 그래서 내가 이상하나 보네, 하고 생각하면 점점 더 이상해진다. 나는 몸을 낮추고 있을 뿐이다. 지금은 그런 시기이다. - 요시모토 바나나, 『도토리 자매』 p.10 요시모토 바나나의 『도토리 자매』를 읽다보면, 이 시기를 두고 몸을 낮추고 힘을 비축하는 시기라 했다. 억지로 벗어나고자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그 안에서 진솔한 나를 마주하는데 그..
무의미의 축제 | 밀란 쿤데라 | 민음사 농담과 거짓말, 의미와 무의미, 일상과 축제의 경계에서 삶과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는 더욱 원숙해진 시선 인류는 광활한 우주 속 지구 안에서 무수한 죽음과 탄생을 목격하며 살아왔고, 시시때때로 스스로가 보잘것없는 혹은 잊힐지도 모르는 존재라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오곤 했다. 그렇기에 한 인간이 '삶'이라는 여정 안에서 어떤 의미 혹은 가치를 찾고자 부단히 애를 쓰는 것, 이를 테면 작은 것에도 기왕이면 좀 더 그럴듯한 의미를 부여하고, 또 실제로도 그럴만한 가치 있는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드넓은 우주 안에서 먼지보다 작은 자신을 인식하고 고민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것 자체가 정녕 의미 있는 것일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됐든..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 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 21세기북스 호세 무히카가 들려주는 인생의 길, 정치의 미래, 참된 삶의 가치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는 1999년 우루과이에서 초판이 출간되고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진정한 지도자의 출현을 바라는 수많은 이들의 열망에 비례하는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연일 잠잠할 새 없는 정치권의 행태를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이 일상화된 지금 시기,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밝혀주는 귀한 책이 되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게 한다. 사실 전 우루과이의 대통령이자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호세 무히카의 이름 앞에 붙여진 각종 수식어들은 그가 대통령이고 정치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낯설게..
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 | 청미래 알랭 드 보통이 떠나는 여행의 모든 것! 매번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여행에 나서지만, 그 모든 것은 떠나기 위한 핑계였단 생각이 문득 든다. 그렇기에 늘 어디로 떠날까를 골몰하는 데서 여행이 시작되지만, 실은 그저 어디로 라도 떠나고 싶었던 게 본심이었던 거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어딘가로 떠나고, 그 짧지만 강렬했던 시간들을 통해 얼마간의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얻는 식으로 말이다. 사실 목적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욕망은 떠나는 것이었다. 그가 결론을 내린 대로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하다면!" 어디로라도 떠나는 것이었다. - p.49 비일상적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안고 떠난 여행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수많은 풍경과 마주하며 자연 그 자체의 위대함과 숭고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