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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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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 김소연 | 마음산책 감성과 직관으로 헤아린 마음의 낱말들, 마음의 경영이 이 생의 목표다! '마음'과 관련한 낱말들을 시인 특유의 감성과 직관으로 재정의해 놓은 『마음사전』. '마음의 경영이 이 생의 목표다!'라는 저자의 외침이 어떤 의미인지 그것이 왜 필요한지 절감하기에, 더욱이 평소 무심코 내뱉던 낱말들을 곱씹어 보는 일은 언뜻 대수롭지 않은 일 같아 보여도 결코 그렇지만은 않음을 이제는 안다. 그것은 곧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타인의 마음을 바르게 헤아릴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과도 자연스레 연결된다는 것까지도.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낱말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사용하는 일은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다. 가령 '중요하다 : 소중하다', '행복 : 기쁨', '소망 : 희망' 등의 낱말이..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 민음사 너무나 순수했기에 파멸할 수밖에 없었던 한 젊은이의 초상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다섯 번의 자살 시도 끝에 서른아홉의 나이로 일찍 생을 마감했다. 그런 까닭에 『인간 실격』을 읽자면, 자연스럽게 그의 삶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도 자기 고백의 사소설로도 알려져 있다. 온통 자기혐오와 자기 비하로 가득한 이 소설에서 인간이 가진 삶을 향한 열정과 활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자기애 과잉이 초래한 자기 연민에까지 이르는 한 인간의 어둡고 애처로운 모습만이 있을 뿐이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로 시작하는 『인간 실격』 수기의 주인공 '요조'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며, 스스로에게 인간 실격을 선고한다. 이같은 자기 파괴적 행위를 어떻게 이해..
밤은 책이다 | 이동진 | 위즈덤하우스 삶의 비밀, 일상의 행복, 우연의 신비를 읽어내는 내밀한 시간으로의 초대 제게 밤은 한 권의 거대한 책입니다. (…) 책은 한 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가장 내밀하게 이어지는 통로이겠지요.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투영된 책들을 보다가 멈추어 고개를 드는 순간 제게로 변형된 채 틈입해 들어오던 그 깊은 밤의 상념들을 이제 당신에게 보냅니다. 이 책을 읽다가 당신도, 문득, 수시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시간을 죽이고자 할 때 책을 펼치지만, 반대로 죽은 시간을 살리고자 할 때도 책을 펼쳐 든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책에 의지하는 감각으로 생활하고 있단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내 안에서 이로운 적이 곱절이기에 그런 감각이..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 민음사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묘사한 일본 문학 최고의 경지 책을 펼쳐 들자, 나도 모르는 사이 눈앞에 새하얀 눈밭이 그려졌다. 그만큼 첫 문장이 주는 흡입력이 사뭇 대단하다. 이 같은 강렬한 끌림이 나뿐은 아니었는지, 작품 해설 첫머리에서도 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특히나 '일본어가 지닌 독특한 운율이 제대로 살아 있다'고 언급한 부분에서 『설국』의 서정적 문장들을 원서로 음미하고 싶단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인터넷으로 찾아 첫 부분 몇 단락만 읽어봤다. 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抜けると雪国であった。 夜の底が白くなった。 信号所に汽車が止まった。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 p. 7 역시나 유려한 문장이 주는 황홀..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 문학동네 미국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주도한 리얼리즘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 (…) 내 단편들을 읽어주면 좋겠소.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준다면 더 바랄 게 없지. 이미 본 걸 다시 읽는 것도 좋을 거요. 전과는 다를 테니까. 이 책의 소용이 무엇이겠소. 내 생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거든. 누구나의 생이 그런 것처럼 그저 슬플 뿐이오. 내가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작가가 되기를 열망했다는 것, 그래서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다는 것, 우리들 삶의 순간들을 단편과 시 속에 붙잡아두고 시대를 거듭해 다시 태어나게 했다는 것 정도요. 이 책을 통해 당신이 나와 좀더 친밀해졌으면 좋겠소. 그렇게 내 이야기 안으로 들어와 주기를 바랄 뿐이오.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 가상 인터뷰 중에서 http://ch.yes..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문학동네 나는 오로지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에 따라 살아가려 했을 뿐. 그것이 어째서 그리도 어려웠을까? 건강한 자아 형성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훗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는 인생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데미안』 속 에밀 싱클레어 역시 십 대 시절, 혹독한 내면 성찰의 시기를 거친다. 그것은 부모님이 계신 좁지만 안락한 낮의 세계와 그 경계 너머의 어둠과 폭력이 난무하는 밤의 세계를 인식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서로 극과 극이면서도 놀라우리만큼 밀착되어 있고 심지어는 혼재되어 있기까지 한 두 세계에서 싱클레어가 느끼는 혼란과 불안은 그의 유년을 치열하고 투쟁적으로 만들지만, 그 과정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가기에 결코 부질없는 일만은 아니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열중해 ..
파수꾼 | 하퍼 리 | 열린책들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파수꾼 | 하퍼 리 나는 파수꾼이 필요하다 지난주 수요일 『앵무새 죽이기』가 출간되고 55년 만에 전작이자 후속작인 『파수꾼』이 출간됐다. 그런데 책을 받아보기도 전에 애티커스 핀치가 인 byeolx2.tistory.com 나는 파수꾼이 필요하다 지난주 수요일 『앵무새 죽이기』가 출간되고 55년 만에 전작이자 후속작인 『파수꾼』이 출간됐다. 그런데 책을 받아보기도 전에 애티커스 핀치가 인종 차별주의자로 변절했다는 다소 의외의 소식을 먼저 전해 들었다. 흑인 인권을 위해 노력하던 애티커스의 모습이 워낙 강렬하게 남아 있던 탓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배신감마저 들었던 게 사실이다. 어찌 됐든 그렇다고 해도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고 싶은 마음에 첫 페이지를 펼쳤다. 알려진 바..
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 달 나는 사랑합니다 계절을, 계절의 냄새들을 내 옆에 있는 사람을 평온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때때로 비일상에서의 기쁨이 갑절은 더 기다려지는 순간들이 있다. 가령 푸른 섬 해안도로를 달리며 맡았던 바다 내음이 주는 상쾌함 같은 거다. 별 거 아니지만, 또 별 거인 게 되는 것이 바로 비일상이 주는 특권이기도 하니까. 그러므로 떠나고 싶단 말을 모르는 사이 나지막이 내뱉는 순간이 온다면, 주저 말고 떠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평소보다 한 뼘 더 솔직하고 용기 있고 의욕적인 내가 좋고, 그런 나를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하는 낯선 곳이 좋은 연유다. 그것만으로도 떠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일상의 경계 너머에서 마주한 풍경 그리고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