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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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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알랭 드 보통 | 은행나무 낭만 이후, 일상의 사랑을 지키는 용기와 행복에 대하여 "보통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이다." - p.18 이성에 대한 호감과 그로부터 발하는 사랑의 시작은 매우 주관적이고 정서적이며 내면의 감수성 추구에서 비롯하는 감정이기에, 때때로 우리를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낭만에 젖어들게 한다. 이 같은 감미로운 심리 상태와 관계의 지속이 영원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차츰 서로에게 권태로움을 느끼곤 하는 것이 수많은 연인 혹은 부부들이 겪는 사랑이란 이름의 딜레마다. 그런 의미에서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지속가능한 사랑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연애 지침서가 돼 주리라는 기대를 품게 하기 충분하다. 사랑을 열정이라기보다는 기술이라고 말하는 그가 소설 속 연..
태도에 관하여 | 임경선 | 한겨레출판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자발성 -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관대함 -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상대의 마음도 이해한다 정직함 - 그 누구보다도 나에게 솔직하고 싶다 성실함 - 누구나 원한다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함 - 나와 너의 개인성을 인정한다 '태도(attitude)'란 '어떻게(how)'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자산이다. 가장 나 다울 수 있는 지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주어진 삶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든다고 믿어왔다. 이에 그 길로의 여정은 어떤 상황에서든 나란 사람을 지탱하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었고, 삶이 내게 안긴 과제인 동시에 향해야만 하는 궁극적인 목표의 한 지점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를테면 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 문학동네 전쟁에 직접 참천하고 살아남은 여성 200여 명의 목소리 침묵을 강요당했던 그녀들의 눈물과 절규로 완성된 전쟁문학의 기념비적인 걸작 내 안에서 전쟁이란 남성들의 세계였다. 그러므로 전쟁 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것이 여성일지언정, 전쟁의 한복판에 여성이 온몸을 던져 적과 싸웠으리라는 생각은 애당초 머릿속에서 그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를 테면, 박수근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바라보면서 6.25 전쟁과 해방 후 가족을 일으켰던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라는 이름의 여성들이었음을 자각하긴 했어도, 그 전쟁 자체는 아내와 어머니를 대신해 나갔던 남자들의 세계라고 여겼던 것이다. 수많은 남정네들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일이 부지기수였기에, 전쟁에 나간 남편 대신 어린 자식과 ..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백영옥 | arte 백영옥이 우리 곁에 다시 가져온 추억 속 빨강머리 앤의 웃음, 실수, 사랑과 희망의 말들!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는 날들이 아니라 진주알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 앤 셜리 첫 만남이 언제, 어디서부터였는지 조차 까마득할 정도로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앤. 하지만 앤이 내 안에서 한층 특별한 존재가 되어 지금껏 인연을 이어올 수 있었던 계기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몹시 따랐던 한 선생님 덕분이다. 그분께선 사람 마음속에 있는 사랑, 희망, 기쁨, 미움, 시기심, 질투 등의 감정들에 솔직한 명랑소녀가 되라고 말씀하셨다. '앤처럼 말이야'라고 덧붙이시면서. 그때부터 나는 앤과 친구가 되고 싶어졌고..
스노우맨 | 요 네스뵈 | 비채 "우린 저 눈사람 안 만들었어요. 그런데… 왜 눈사람이 우리 집을 보고 있어요?" "오슬로에 첫눈이 오는 날, 스노우맨은 아이가 있는 유부녀를 살해한다." 살인사건의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남편과 자녀가 있는 푸른 눈의 여성이다. 그리고 대부분 11월과 12월의 첫눈이 내린 날에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피해자 수만 1년에 한 명씩 열한 명이나 된다. 그런데 1992년 베르겐 사건에서 처음으로 실종자가 두 명으로 늘어난다. 지난 몇 년간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연쇄살인사건의 뒤를 캐고 있는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의 해리 홀레 반장. 어느 날 그의 우편함에 '곧 첫눈이 내리고 그가 다시 나타나리라. 눈사람. 그리고 눈사람이 사라질 때 그는 누군가를 데려갈 것이다. (…) "누가 눈사람을 만들었을까..
너무 한낮의 연애 | 김금희 | 문학동네 '아주 없음'이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 있는 기억들 그로부터 흘러나온 미세한 파장이 건드리는 '보통의 시절' 표제작인 『너무 한낮의 연애』를 포함해 『조중균의 세계』, 『세실리아』, 『반월』 등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으로, 낯선 작가의 새로운 글을 읽는다는 묘한 설렘으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주변 어디에선가 목격한다고 해도 그다지 특이할 것 없는 평범한 화자들과 그들에게 놓인 일상, 그 이면의 사소한 것까지도 포한한 모든 것들이, 범상치 않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재발견되고 재해석된 듯한 느낌의 글들이었다. 또한 짧은 호흡의 문장들이 모이고 모여 특유의 리듬감을 형성하면서, 읽는 이의 머릿속에서 다소 불분명하고 흐릿했던 것에 차츰 색깔이 입혀지고 선명해지는 듯했는데, 그 점이 매..
바다의 뚜껑 | 요시모토 바나나 | 민음사 여기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빙수 가게 요시모토 바나나가 보내는 눈부신 한여름의 풍경 마리와 하지메가 꾸려 가는 두 평 남짓의 조그만 빙수 가게. 에어컨도 없는 어둡고 비좁은 공간이지만, 이곳은 단순히 얼음을 갈아 팔기 위한 장소만은 아니다. 그녀들의 꿈이 비로소 시작되고, 실현돼 가는 공간인 것이다. 마리는 지난 여름, 남쪽 섬 여행에서 들렀던 빙수 가게에서의 황홀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달콤 시원했던 빙수의 맛은 물론, 가게 뒤로 펼쳐진 망고스틴 가로수길과 그 끝에 자리한 바다를 포함한 모든 것을. 그래서 다니던 도쿄 단기 미술 대학을 졸업하자, 고향 니시이즈 - 마음이 늘 돌아가는 곳 - 의 바다가 보이는 솔숲 중간에 빙수 가게를 연다. 그 여름, 하지메는 오랜시간 의지하던 할머니를 떠나 보..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 혜민 | 수오서재 "우리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어도 온전하게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 01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은 일상에서 부딪히는 것들로부터 상처투성이가 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꽁꽁 싸매고 있던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결코 대단한 진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약효만큼은 제대로인 것이다. 그만큼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한 마디가 절실했던 이유는 아닐는지. #. 02 결국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갈 것인가는 순전히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스님의 따뜻한 응원을 발판 삼아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지점을 향해 다시 한번 힘을 내 한 걸음 내딛는 것이다. 서투르면 서투른 대로 애써 감추거나 포장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