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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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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드 | 김진명 | 새움 미국 · 중국 · 러시아 · 일본 저들은 왜 한반도에 싸드를 논하는가? "대한민국은 자주 독립 국가다!" 큰 맥락으로는 실제 상황을 토대로 하면서도, '소설'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허구적 장치를 십분 활용해 독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능수능란함, 그것이 김진명 작가의 소설이 가지는 무기이자 힘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싸드』역시 마찬가지다. 싸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둘러싼 우리나라와 주변국의 실제적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허구를 적절히 가미해 독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이유다. 그리고 이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허구'의 전개 양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면 아래서 아주 은밀하고도 위태롭게 벌어지고 있을 나라 안팎의 정세를 매섭게 꿰뚫고 있기에, 한층 흥미롭게 다가온다. 소설 속 주인..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 문학동네 열네 살 소년 모모가 들려주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생의 비밀!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건물의 칠층. 이곳은 아랍인 소년 모모가 사는 곳이다. 그리고 창녀의 아이들을 키워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로자 아줌마의 거처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모모 역시 어느 창녀의 자식인 것이다. 로자 아줌마는 유태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에 수용됐었다.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여전히 지난날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살아 돌아온 뒤에도 몸을 팔아먹고 살았는데, 나이 탓에 매력을 잃어가자 창녀의 자식들을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몸이 극대로 쇠약해져 매일같이 칠층을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친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모모는 생각한다. 그녀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에서 살 만한 자격이 있는 여자라고. 열 살(실은 열네 ..
모모 | 미하엘 엔데 | 비룡소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 속에 있다! 소나무가 빽빽하게 서있는 숲에 자리한 낡은 원형극장에 사는 모모. 이 소녀 곁에는 청소부 할아버지인 베포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청년 기기 등 소중한 친구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시간을 훔치고자 하는 회색 신사들의 농간에 모모의 친구들은 점차 시간에 쫓기며 웃음기 사라진 생활을 하게 된다. 이에 모모는 시간을 나눠주는 호라 박사와 거북 카시오페이아의 도움을 받아 그들로부터 시간을 되찾고자 모험을 시작한다. 세상에는 아주 중요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인 비밀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 비밀에 관여하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대개 이 비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비..
숲 | 할런 코벤 | 비채 20년 전, 사람들은 그 숲에 비밀을 묻었다! 여름캠프가 벌어지던 20년 전 어느 날, 4명의 십대(마고 그린, 더그 빌링엄, 길 페레즈, 카밀 코플랜드)가 숲에서 사라졌다. 사건이 벌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아이(마고 그린, 더그 빌링엄)는 숨을 거둔 채 발견된다. 그러나 나머지 둘(길 페레즈, 카밀 코플랜드)의 행방은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사건 피해자의 부모들은 캠프장 주인이었던 아이라를 상대로 관리 소홀을 문제 삼으며 소송을 시작하고, 거액의 합의금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실종된 카밀의 오빠이자 카운티 검사인 폴 코플랜드 앞에 20년 전 자신의 동생과 함께 사라졌던 길 페레즈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새로이 20년 전 사건을 파헤치며 충격적인 진실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린 『숲..
걷는 듯 천천히 | 고레에다 히로카즈 | 문학동네 "그래서 영화를, 다큐멘터리를 만듭니다" 섬세한 시선으로 사람과 일상, 그리고 영화를 읽어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에세이집 얼마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게 됐다. 15년 전, 가족을 두고 떠났던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세 자매(사치, 요시노, 치카)는 그곳에서 이복동생 스즈를 처음 마주한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 탓에 데면데면 지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관계지만, 세 자매는 이복동생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한 집에서 네 자매가 되어 살아간다. 사실 이 영화를 유심히 보게 됐던 이유 중 하나는 영화속 배경지인 가마쿠라(鎌倉)에 있었다. 아름다운 쇼난 해안과 평행을 이루며 내달리는 에노덴의 운치 있는 모습은 가마쿠라에 들러본 ..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 아녜스 르디그 | 푸른숲 유머와 감동이 매복되어 있는 절름발이 인생등의 해피엔딩 로드 "절대 두 손 들지 마라,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일 수도 있다." 홀로 세 살 난 아들, 뤼도빅을 키우는 줄리는 이제 겨우 스무 살이다. 자신의 꿈을 중단한 채, 생계를 위해 슈퍼 계산원으로서의 고단한 삶을 사는 중이다. 그러던 그녀 앞에 불현듯 늙은 신사 폴이 나타난다. 이제 막 부인과 갈라선 후 자신의 새로운 삶을 찾고자 하는, 그러나 현실은 혼자서는 장보는 것조차 익숙지 않은 인물이다. 어쨌든 이들의 우연한 만남은 폴의 식사 제안에 줄리가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응하게 되면서, 함께 브르타뉴로 휴가를 떠나게 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의사이자 폴의 아들인 제롬이 동행하게 되는데, 그 역시 우울증을 앓던 아내의 자살로 심신이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 민음사 ‘참을 수 없는’ 생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물에 젖은 종이가 켜켜이 쌓여가는 것을 바라보는 일, 때로는 햇살에 마르기도 하지만 쪼그라들어 그 흔적을 기어코 남기고 마는… 삶이란 그런 거라고 여겨왔다. 인간의 내재된 욕망과 아픔이 사라지지 않는 한 갈수록 삶의 무게는 더해질 것이고, 너절하게 해어져 가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라고 의심치 않으면서. 종국에 토마시와 테레자가 트럭에 깔려 죽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결국 인간이란 애초부터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이들의 종말 역시 삶의 무게에 굴복당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는지. 한 인생의 드라마는 항상 무거움의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 사람들은 우리 어깨에 짐이 얹혔다고 말한다. 이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이도우 | 알에이치코리아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서른한 살의 나이에 햇수로 9년째 라디오 구성작가로 일하고 있는 공진솔. 그녀가 담당하고 있는 프로그램인 에 개편이 단행되면서 새로운 피디를 맞이하게 된다. 그 상대는 두 살 연상의 5년 차 피디인 이건. 낯가림이 심한 성격 탓에 새로운 피디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데다가, 시집까지 펴낸 시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이 더해져 그녀를 더욱 부담스럽게 만든다. 어찌 됐든 그들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둘은 사랑의 감정을 꽃 피우며 연인 사이가 된다. 서로에 대한 숨겨지지 않은 사랑스러움과 애틋함에 안절부절못하면서도 때론 미움과 오해, 섭섭함에 격한 다툼을 하기도 하는 그런 평범한 연애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