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19

(52)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 스가 아쓰코 | 문학동네 밀라노, 안개의 풍경 | 스가 아쓰코 기억 속 밀라노에는 지금도 안개가 고요히 흐르고 있다 안개 자욱한 밀라노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자니, 자연스레 한 여인이 배경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말간 눈동자를 반짝이며 조근 byeolx2.tistory.com 베네치아의 종소리 | 스가 아쓰코 환상의 시간은 언젠가 어쩔 수 없이 현실로 회귀한다 끝없는 사유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춘의 초상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 이어 집어 든 『베 byeolx2.tistory.com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은 작은 등대이자 하나의 기적이었다 스가 아쓰코의 첫 에세이였던 『밀라노, 안개의 풍경』에 이어 만난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은 그녀가 파리와 로마를 거쳐 밀라노에 자리를 잡고 생..
잠시만 쉬어 갈게요 | 보담 | 더테이블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세요? 한동안 기승이던 더위가 한 풀 꺾이고 살갗에 스치는 바람결을 느낄 적이면, 비로소 안도의 숨이 나온다. 매 해 나는 그렇게 가을을 기다린다. 그러므로 누군가 나에게 어떤 계절이 가장 좋냐는 질문을 한다면 주저 없이 가을을 꼽으리라.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무덥지도 혹독하게 춥지도 않은 그 선선함이 주는 상쾌함을 잊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다시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유라면 어째서 봄일 수는 없는 거냐고. 오히려 온갖 생명력이 태동하는 파릇한 봄이 더 경이롭지 않느냐고. 확실히 일리가 있다. 더욱이 봄에는 어찌 됐든 새로이 출발할 수 있으리란 어떤 마법의 기운이 확실히 감도는 듯도 하니까. 그러나 그 신비에 가까운 힘이 나에겐 설렘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오곤 했다..
꽃의 파리행 | 나혜석 | 알비 조선 여자, 나혜석의 구미 유람기 ‘나혜석(1896-1948)’이라는 이름에 붙는 수식어는 실로 다양하다. 개인적으로는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였던 나혜석을 꽤 오랜 시간 알아 왔다. 그녀가 일본 도쿄로 건너가 정식으로 서양화를 배운 최초 여학생이라는 이력은 눈여겨볼 만 한데, 더욱이 출중한 실력으로 입선하며 개인전을 여는 등의 꾸준한 활동은 여성이라서 한층 제약이 심했던 당시 사회적 흐름 안에서 차라리 특이에 가깝다. 근래에는 페미니즘 열풍과 맞물려 페미니스트로서의 나혜석이란 존재, 그녀의 삶이 보다 주목받고 있는 듯하다. 딸이고 아내이자 며느리이며 엄마이기도 한 여성을 논하기 전에 그저 한 명의 사람임을 주장했던 그녀는 그런 생각을 시와 소설 등을 통해 거침없이 표현했는데, 이런 활동들이 회자되면서..
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 이시이 모모코 | 샘터사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허둥지둥 급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지난날의 추억과 일상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을 뿐인데, 가만히 읽다 보면 마음이 깨끗해진 기분이 든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일상 안에서 소소한 기쁨을 찾고 그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지혜, 감사한 마음으로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고자 했던 그녀의 마음가짐이 어우러져 문장 곳곳에 깃든 이유리라. 그런 삶을 향한 노력이야 말로 일상을 한층 아름답고, 나아가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아닐는지 생각해본다. 그야말로 선한 기운을 가진 글들이다. 그때 가장 아름답게 핀 백일홍 나무 아래에 고양이를 묻어 주었는데, 상대가 고양이라도 십일 년이나 같이 살면 둘 사이에 끈끈한 인연이 생기는 법이다. 봄이 되어도 잎이 가장..
시절일기 | 김연수 | 레제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의 기록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한 일들이 곳곳에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면서도 조금씩 자기 안에서 자라고 있는 자포자기의 심정을 대면하는 일에 적잖이 두려움을 느낀다. 더욱이 그 안에서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수시로 자책하는 것이 요즘을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의 모습일 진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서 자신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버티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글 쓰는 행위를 통해 이 세계에 대하여 끊임없이 골몰해온 김연수 작가의 『시절일기』가 그 좋은 예다.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산문집은 치열하고도 처절한 고민의 흔적들이 문장이 되고 글이 되어 하나의 거대한 공감과 연대의 무기..
역사의 쓸모 | 최태성 | 다산초당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삶 속에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있다. 결국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이끌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하는 순간이다. 그럴 때마다 기왕이면 후회 없는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우리는 수많은 선택 앞에서 망설이며 주저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리석은 결정으로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위기에 처한 삶을 어떻게 일으켜 세울 수 있을는지, 나아가 보다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하여 골몰해야만 한다. 몇 해 전인가, 을 우연찮게 보게 됐다. 매주 다른 주제를 바탕으로 역사적 인물 혹은 사건을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책의 저자를 만난 것도 그곳에서 였다. 따분할 것만 ..
철사 코끼리 | 고정순 | 만만한책방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울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별을 겪은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림책이다. 늘 함께였던 얌얌이 떠나자, 데헷은 몇 날 며칠이 흘러도 얌얌이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제 몸이 찔리고 다쳐 상처 입는 것도 모르고 철사 코끼리를 힘겹게 끌고 다닐 뿐이다. 그러고는 차츰 세상 사람들과 멀어져 간다. 그러나 결국 데헷은 결단을 내린다. 어딘가에 얌얌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속 한 켠일 테고, 스스로가 잊지 않는 한 얌얌이 그곳에 영원히 자리하리라는 믿음이다. 최근 몇 년, 이별의 무게를 절감하는 일이 연달아 있었다. 그러므로 그것 뒤의 남겨진 감정들에 대하여 곱씹는 일이 어떻게 보면 일상이 된 듯도 하다..
그래도 우리의 나날 | 시바타 쇼 | 문학동네 139쇄가 발행되고 189만 7700부가 판매된 일본 현대소설의 고전 어떤 작은 행위가 짐작조차 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우리 삶엔 왕왕 있다. 물론 어떤 때에는 직감적으로 전해오는 미묘한 불안감이나 초조감을 감지하기도 하지만, 그 마저도 너무도 순식간의 일이라 금세 잊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러는 마음 한 켠에 담아두고 있으면서도 애써 잊고자 하는데, 어느 쪽이 됐든 결과적 의외성이나 그 파장의 크기를 짐작하기는 어려우리라. 우리는 이 기묘함을 두고 어떤 우연이 일련의 흐름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을 뿐, 어쩌면 이 모든 게 실은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던 필연의 산물이었다는 것을 훗날 이해하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들른 헌책방에서 마주한 H전집이 ‘나(후미오)’에게 그랬다. 모든 것이 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