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 권여선 | 창비
레몬, 레몬, 레몬, 복수의 주문이 시작되었다 레몬의 노란 빛깔은 이를테면, 지지부진하고 때로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삶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에 대한 상징이다. 그렇기에 ‘레몬, 레몬, 레몬 읊조리던 주문은 곧, 삶의 숭고함을 가리는 것들로부터의 최후의 안간힘 같은 것은 아닐는지. 소설 『레몬』은 쉬이 놓지 않고 붙들려는 삶을 향한 의지, 그 속성에 대한 이야기다. 발단은 해언의 두부 손상으로 인한 사망에서 비롯한다. 그로 인해 그녀 주변의 인물들, 그러니까 그녀의 동생 다언과 친언니보다 더 가깝게 지내던 상희,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한만우는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빚어진 삶의 균열 안에서 적잖은 시간을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사건 발생으로부터 8년이 지난 뒤에서야, 다언은 한만우..
내가 있는 곳 | 줌파 라히리 | 마음산책
대부분 외롭지만, 가끔은 온기를 느끼고 가끔은 온전히 나의 것으로 누릴 수 있는 순간의 기억들 어떤 장소에서 마주한 상황,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과 그것의 미묘한 변화가 짤막한 이야기 안에 응축돼 있다. 다소 쓸쓸해 보이지만 그 고독을 쉬이 포기할 수 없어 보이는 ‘그녀’가 이 이야기들의 주인공이다. 그녀의 발길이 닿는 곳을 따라 장소는 계속 바뀐다. 그리고 그 공간들은 그녀가 일상을 영위하는데 스치고 잠시 머무는, 때로는 한동안 머물기도 하는 평범하고도 친근한 장소들이다. 이를테면 그녀의 집과 집 근처 보도, 공원, 다리, 광장이 배경이 된다. 서점과 박물관, 수영장과 뷰티숍, 슈퍼마켓, 카페, 역 등도 등장한다. 그러나 그녀의 짤막한 이야기 속 배경은 흐려 보인다. 그저 그 장소에 놓인 그녀와 때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