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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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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류시화 | 열림원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여행해야 할 신비 가만히 코로나 직전까지의 근래 여행들을 떠올려 보았다. 실로 나의 여행은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해서도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일상만 아니면 좋겠다는 이를테면 탈출의 의미가 컸던 것이리라. 그런데 이제는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마음만 먹으면 여력이 되는 한 떠날 수 있었던 나날의 소중함과 직면해야만 하는 순간에 이르고 말았다. 그것은 곧 지난 여행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즐거웠던 한때를 회상하는 일인 동시에 그간의 여행이 알맹이 없는 한바탕의 소비에 그치고 말았던 건 아니었는지 새삼 살피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런 즈음에 마주하게 된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
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가장 개인적인, 가장 보편적인 기억과 기록의 주인공 '나'라는 소우주를 탐색하는 여덟 갈래의 이야기 “기억이란 때때로 내게 가장 귀중한 감정적 자산 중 하나가 되었고, 살아가기 위한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 – p.79 「위드 더 비틀스(With the Beatles)」 중에서 ‘나’는 자신만의 어떤 기억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한참 뒤에 그날의 일을 돌이켜 보는 순간, 당시와는 조금 다른 결로 그때의 기억이 다가옴을 느낀다. 그것은 변질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세월의 흐름 속에서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고 그 안에서 차츰 다듬어진 내면의 변화에서 그 연유를 찾아야 하리라. 그렇기에 그 흐름에 위화감이 드는 일은 없고, 외려 물 흐르듯 자연스럽기만 하다. 도무지 불가해했던 일마저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수긍이 갈 ..
2인조 | 이석원 | 달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다 스스로와 잘 지낸다는 것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쉬운 일만을 아님을 절감할 때가 왕왕 있다. 돌이켜 보면, 스스로에게 관대하기보다는 가혹한 편에 속했기에 시시때때로 나 자신과 대치 중 일 때가 많았던 지난날이었다. 무엇을 위해 스스로를 다그쳤던 걸까, 조금 너그러울 수는 없었던 걸까, 비로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최후의 보루는 다름에 아닌 나 자신임을,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과 잘 지내는 것이 결국 가장 중요하고 또 선행되어야 할 일임을 일련의 상황 속에서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두어 번, 산문집을 통해 만나온 이석원 작가의 신간 『2인조』는 일년간에 걸쳐 자기 자신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그리하여 더 나은 삶으로 향하겠다는..
이해인의 말 | 이해인·안희경 | 마음산책 수도생활 50년, 좋은 삶과 관계를 위한 통찰 재작년과 작년에 걸친 이맘때, 이해인 수녀님의 책과 함께 하면서 이런 영광을 다시금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는데 감사하게도 재차 수녀님의 따끈한 신작과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었다. 어찌나 설레고도 기쁜 일이었는지! 더욱이 이번 책은 저널리스트 안희경과 수녀님의 인터뷰 대담집으로, 오랜 수도생활 안에서 다스리고 가다듬으시어 품어 온 생각과 말씀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여서 보다 뜻깊고 값진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특히나 수도자로서의 삶을 되돌아보시며, ‘수도 생활을 50년 하고 난 제 심정이 어떠냐 물으면 “담백한 물빛의 평화를 느낀다”라고 말할 수 있어요.(p.55)’라는 말씀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수도자이기도 하지만, 시인이시기도 한 그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