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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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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에릭 와이너 | 어크로스 행복의 지도 |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에릭 와이너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때때로 고민한다. 그러나 매번 질문만이 허공에서 머무르다 byeolx2.tistory.com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때때로 고민한다. 그러나 매번 질문만이 허공에서 머무르다 - 그에 대한 답은 구하지도 못한 채 - 이내 사라지고 만다. 나는 오늘에서야 어쩌면 그 답을 구하려 일생에 걸쳐 애쓰는 딱 그 정도만큼 지혜를 얻고, 그 삶 역시 풍요로워지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나는 지혜를 얻고자 한다면서도 영락없이 게으름을 피웠던 것이 분명하다! 이제라도 무얼 하면 좋을까. 『소크라테스 익스프..
욕구들 | 캐럴라인 냅 | 북하우스 여성은 왜 원하는가 이 세계에서 여성이란 존재가 품는 다양한 욕구들에 대하여 6장에 걸쳐 면밀하게 살핀다. 한 가정의 딸이자 글 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직업인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마주한 경험과 취재가 밑바탕 된, 그야말로 사례에 충실한 글들이기에 한층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더욱이 내적 허기에서 발현되는 내면적 관점에서부터 사회∙문화적 나아가 전통적으로 그래 왔던 어떤 흐름에 의한 억압과 제한에 이르기 까지, 여성은 왜 원하는가에 대한 다방면에 걸친 사유가 돋보인다. 여기서 ‘슬픔’의 감정이 모든 욕구를 관통하고 있다는 데에 그녀는 주목한다.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행했던 거식증과의 사투, 그 안에서 철저하게 깨달을 수밖에 없었던 탈피의 좌절과 이 모든 욕구들이 불러오는 공허감과 갈망은 스..
그러라 그래 | 양희은 | 김영사 인생이 쉽지 않은 ‘어린 희은이’들에게 보내는 애틋한 응원 가수 양희은의 에세이 『그러라 그래』. 나이 칠십 세, 데뷔 51주년을 맞이한 그녀가 풀어놓은 이야기 안에서 삶을 배운다. 때로는 견뎌내기 힘겨운 시련도 있지만 그럼에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힘이 되어준 이들이 있었고, 그 덕분에 잘 다져지고 다듬어진 오늘의 자신이 존재함을 그녀는 아는 것이리라. 나아가 이제는 ‘고단한 짐을 지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내 노래가 지친 어깨 위에 얹어지는 따뜻한 손바닥만큼의 무게, 딱 그만큼의 위로라면 좋겠다’(p.156)고 소망한다. 그 너른 마음씨 안에서 적잖이 위로 받았 달까. 그녀의 시선에 스민 따스함이 기분 좋은 온기로 다가왔다. 그 안에서 내게 부여된 이런저런 짐들도 기왕이면 야무지게 둘러메고 나아가..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 헤르만 헤세 | 창비 나무가 전하는 작고 소박한 기쁨과 위로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가 섬세하게 꽃피워낸 시와 에세이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이로움에 대해서는 쉬이 입에 올리면서도 정작 나무에게 쏟는 마음은 한없이 부족했음을, - 나무에 대해 남긴 헤르만 헤세의 시와 에세이 안에서 - 새삼 알아차린다. 나무 한 그루가 저마다의 시련 안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온 시간들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삶의 지혜를 깨달을 수 있는 따뜻하고도 현명한 이가 아닐는지 생각해 보면서. 나무를 향해 진심을 노래했던 그의 시와 에세이가 한층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기도 하다. 더불어 나무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이 이룩한 작은 세계가 유달리 커 보였던 까닭에 대해서도 가만히 생각해 보게 한다. 그것은 곧 우리 각자가 나아가야 할..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 김민정 | 문학과지성사 화두는 곡두 그러나 사랑은 나에게 언어를 주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 듯 뻗어나가는 말에 주저함은 없어 보인다. 그렇게 되는대로 주절대 듯 거침없이 쏟아낸 단어와 문장은 하나의 시가 되었고, 마흔네 편의 시는 하나의 시집으로 엮였다. 화두는 곡두. 눈앞에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환영을 의미하는 단어. …그런 것들, 그러니까 실상은 없는데 있어 보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란 말…. 가 닿고 싶은 마음에 허공인 줄 알면서도 손을 휘이 젓고 마는 시인의 언어를, 어두운 밤 희미하게 비추는 달빛에 의지해 발을 내딛는 기분으로 조심스레 따라가 본다. 그렇게 기웃대다가 어쩌면 시인이 - 구태여 말하자면 일상을 깊이 파고드는 생활 밀착형 랩을 구사하는 - 래퍼일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결론……. 없음, 없음, 없는데..
猫を棄てる(고양이를 버리다) | 村上春樹 | 文藝春秋 세월에 잊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세월에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 있다 어릴 적, 아버지와 자전거를 타고 고양이를 버리러 고로엔 해변에 나갔던 일화를 떠올리며, 자연스레 아버지가 걸었던 삶에 대하여 되짚어본다. 1917년 교토의 한 절집에서 태어나 교사 생활을 했던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 그는 스무 살의 나이에 학업 도중 첫 징병되었고, 이후 돌아와 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다시 병역에 임했다고 한다. 그때의 참혹했던 기억들은 평생에 걸쳐 그의 마음 안에서 무거운 짐으로 자리하게 되었고, 그것은 매일 아침이면 적지 않은 시간을 불단 앞에서 두 손 모으던 아버지의 모습으로 어린 하루키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더욱이 아버지에게서 어렴풋하게 전해 들은 전쟁의 단편적 기억, 그 안에서도 일본군에 의해 잔인한 학살이 자행..
클라라와 태양 | 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인간 소녀 조시와 그녀의 동반자가 된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 두 존재가 그려내는 가슴 저미는 슬픔과 사랑, 그리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의 이야기 인공지능 로봇에게 마음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가당치 않은 소리라고 여기면서도 클라라에게만은 예외를 두고 싶어 졌던 건, 어째서일까. 제 아무리 인간에 대한 관찰과 이해가 뛰어난 에이에프라 할지라도 어디까지나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더욱이 일체의 감정이 배제된 로봇 제품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런 에이에프 클라라가 자신을 택한 아이를 위해 애쓴 모든 것들을 ‘마음’을 빼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기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클라라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뒤에 우연히 재회하게 된 매니저에게 이렇게 말한다. “조시를 위해서 제가 할 ..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 김금희 | 창비 미세한 마음의 결을 어루만지는 환한 문장들 김금희라는 믿음직한 세계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는 김금희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이다. 그녀는 이 소설들을 한데 엮으면서 ‘모두 사십 대에 썼다는 사실을’(p.320) 상기하며, ‘내가 서 있는 지금은 8월의 끝자락쯤 될까, 혹은 후하게 쳐준다면 장마가 막 끝나갈 7월 중순쯤, 무엇이든 이제 나는 적어도 어떤 봄과 여름에 대해서는 말할 준비가 충분히 된 것 같다.’(p.320)라고 적고 있다. 그렇기에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모두 한창 여름, 그러니까 저마다의 치열한 절정을 향해 내달려 본 일이 있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참을 지나 돌이켜 봤을 때에야 비로소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날들에 대하여 말이다. 그렇게 흘러가고야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