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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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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 | 무레 요코 | 이봄 눈치 볼 것 없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하지 않는 법’에 대한 에세이 60대에 접어든 저자가 여태껏 독신 여성으로서 살아온 삶, 그 방식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책 제목과 같은 마인드가 자리한다. 비교적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사회에서 의례히 요구되기 마련인 여성상에 구애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진짜 그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 지극히 마땅한 일이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어느 순간 되돌아보면 주위 시선, 사회의 암묵적 요구에 휩쓸리고 마는 일상 안의 자신을 마주할 때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때에 마주했던 당혹스러움과 그로 인한 피로감과 자괴감은 한동안의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곤 했다. 이와 같은 여러 차례의 부침 안에서 나는 결..
女湯のできごと(여탕에서 생긴 일) | 益田ミリ | 光文社 “남자들이 없는 그곳에서 여자들은 뭘 할까?” 유년시절, 매일같이 드나들던 동네 목욕탕에서의 추억을 담고 있다. 아무렇지 않던 남탕 출입이 어느 순간 부끄럽게 느껴지면서 자신이 여자라는 생물이란 걸 자각하게 됐다는 작가의 본격 여탕 출입기인 셈이다. 사춘기 무렵 찾아온 신체 변화에 당혹스러워하며 고민에 빠졌던 나날, 목욕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길에 엄마, 여동생과 나눠 마시던 음료수에 대한 추억을 꺼내어 본다. 뭐든 아까워하는 아줌마들의 등쌀에 헬멧같이 생긴 헤어 드라이기 아래 종종 앉혀지기도, 어릴 적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푸석하고 늘어진 피부의 할머니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미래 모습을 상상하는 한편, 이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자주 목욕탕에 드나들지는 않지만 그때보다 한결 자유롭고 편해진 스스로를 발..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 스가 아쓰코 | 문학동네 밀라노, 안개의 풍경 | 스가 아쓰코 기억 속 밀라노에는 지금도 안개가 고요히 흐르고 있다 안개 자욱한 밀라노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자니, 자연스레 한 여인이 배경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말간 눈동자를 반짝이며 조근 byeolx2.tistory.com 베네치아의 종소리 | 스가 아쓰코 환상의 시간은 언젠가 어쩔 수 없이 현실로 회귀한다 끝없는 사유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춘의 초상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 이어 집어 든 『베 byeolx2.tistory.com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은 작은 등대이자 하나의 기적이었다 스가 아쓰코의 첫 에세이였던 『밀라노, 안개의 풍경』에 이어 만난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은 그녀가 파리와 로마를 거쳐 밀라노에 자리를 잡고 생..
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 이시이 모모코 | 샘터사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허둥지둥 급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지난날의 추억과 일상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을 뿐인데, 가만히 읽다 보면 마음이 깨끗해진 기분이 든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일상 안에서 소소한 기쁨을 찾고 그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지혜, 감사한 마음으로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고자 했던 그녀의 마음가짐이 어우러져 문장 곳곳에 깃든 이유리라. 그런 삶을 향한 노력이야 말로 일상을 한층 아름답고, 나아가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아닐는지 생각해본다. 그야말로 선한 기운을 가진 글들이다. 그때 가장 아름답게 핀 백일홍 나무 아래에 고양이를 묻어 주었는데, 상대가 고양이라도 십일 년이나 같이 살면 둘 사이에 끈끈한 인연이 생기는 법이다. 봄이 되어도 잎이 가장..
장수 고양이의 비밀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수수께끼 가득한 세상에서 마이 페이스 소설가로 살아가기 짬짬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은 언제나 환영이다. 더욱이 하루키가 쓴 글이라면, 여기에 미즈마루의 그림이 보태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에세이 『장수 고양이의 비밀』은 1995년에서 1996년까지 「주간 아사히」에 연재된 에세이 60여 편을 모은 것이라 했다. 스무 해가 훌쩍 지난 뒤에서야 만난 글과 그림임에도 위화감 없이 술술, 그야말로 짬짬이 유쾌하게 읽었다. 우선 책 제목이기도 해서 눈길을 끌었던 장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부터. 애묘가로 익히 알려진 그에게 지금껏 인연을 맺은 고양이들이 제법 있으리라 짐작하지만 연재 당시 살아있던, 그러나 연재 마무리와 함께 세상을 떠난 고양이 뮤즈에 대해 적고 있다. 유일하게 이십 년 넘게 산 고양이였고,..
夜空の下で(밤하늘 아래) | 益田ミリ | 集英社 마스다 미리가 그리는 작디작은 우리와 거대한 우주의 이야기 깊고 넓은 밤하늘 아래 당신과 나, 우리들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무수한 밤 올려다보았던 하늘, 그 안에서 늘 별을 좇고 있었다. 마치 가까운 친구라도 되는 양 어떤 날에는 저 별들이 있어서 덜 외롭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다른 어떤 날에는 꺼져 가는 듯 희미하게 빛나는 별을 보면서 멋대로 힘내라고 응원하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다. 또 어떤 날에는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같은 별을 바라보고 있을지 모를 누군가를 그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늘 감상적이기만 했던 건 아니다. 이따금 밤하늘을 바라보며 어떤 의문을 품곤 했는데, 그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친근했던 대상을 한순간에 한없이 낯선 대상으로 돌아서게도 했던 것이다. 그런 날의 나는 지구에 발..
밀라노, 안개의 풍경 | 스가 아쓰코 | 문학동네 베네치아의 종소리 | 스가 아쓰코 환상의 시간은 언젠가 어쩔 수 없이 현실로 회귀한다 끝없는 사유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춘의 초상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 이어 집어 든 『베 byeolx2.tistory.com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 스가 아쓰코 밀라노, 안개의 풍경 | 스가 아쓰코 기억 속 밀라노에는 지금도 안개가 고요히 흐르고 있다 안개 자욱한 밀라노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자니, 자연스레 한 여인이 배경 안으로 들어온다. 그 byeolx2.tistory.com 기억 속 밀라노에는 지금도 안개가 고요히 흐르고 있다 안개 자욱한 밀라노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자니, 자연스레 한 여인이 배경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말간 눈동자를 반짝이며 조근한 목소리로 자..
世界は終わらない(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 益田ミリ | 幻冬舍 마스다 미리, 남자들의 마음을 이야기하다!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하면 자연스레 수짱으로 대표되는 여성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여태껏 여자들의 심리를 섬세하고도 유쾌하게 대변함으로써 많은 공감을 산 덕분이리라. 그런데 이번에 만난 만화 에세이 『世界は終わらない』는 조금 달랐다. 32세 독신 남성인 쓰치다를 주인공으로 하여,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풀어 나가고 있는 이유다. 낮에는 서점에서 일하며 책 진열 및 정리는 물론, 고객이 찾고 있는 책을 돕거나 추천한다. 업무 중에 혹여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웃 서점을 살피며 생각을 구체화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동료나 상사를 설득하고자 분투하는 일에도 충실하다. 나아가 일상의 대부분을 서점에서 보내며 ‘책’을 매개로 일상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