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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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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 히라마쓰 요코 | 인디고 또다시 내일을 버텨낼 나를 위한 혼자만의 시간, 혼밥 예찬 에세이 혼자 먹는 밥을 ‘힘든 하루의 끝, 나를 위로하는 작은 사치’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듯하다. 둘이 혹은 여럿이 둘러앉아 공통의 화제로 왁자지껄하며,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도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겠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쉬이 치이고 마는 일상 안에서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다시 시작될 내일을 위해 충전하는 차분한 시간이기를 바라는 이들 말이다.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역시 마찬가지다. 혼자는 재미있다. 자기 멋대로 계획 없이 무작정,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얽매이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가끔 하는 실패나 낭비도 나 혼자 받아들이고 끝내면 그만이니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순간이 있다. “그래..
맛 읽어주는 여자 | 모리시타 노리코 | 어바웃어북 음식에 담긴 삶의 서사와 시대의 풍경을 음미하다 저자는 오랜 미식 경험을 바탕으로 능숙하게 음식 이야기를 전한다. 유년 시절 맛보았던 음식에 얽힌 추억을 바탕으로, 그 음식이 어떤 시대적 배경 안에서 널리 퍼지게 되었는지, 그러니까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각기 음식들이 걸어온 시간들을 한 개인의 추억과 더불어 되짚어 보는 식이다. 가령 외부로부터 들여온 식재료를 자신들만의 조리법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시킨 돈가스나 카레라이스, 고로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한편으로는 학창 시절의 씁쓸한 기억 때문에 기피하게 된 찹쌀 주먹밥과 팜피 오렌지에 얽힌 이야기,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맛을 알게 된 가지 요리와 '오하기'라는 이름의 팥떡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을 사기에 ..
今日も怒ってしまいました(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 益田ミリ | 文春文庫 화를 내는 일은 날마다 가볍게 찾아오는 것 저자는 화를 내고 말았던 자신의 에피소드를 풀어놓으며, 당시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 일화들을 차례로 만나다 보면, 그 대상은 잘 알지 못하는 타인일 때도 있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가까운 이에게서 비롯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러는 그 화가 자신을 향해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로 인한 화는 잠시 스쳐 지나고 마는 별 것 아닐 때도 있지만, 며칠을 끙끙 앓을 정도로 치밀어 오르는 화일 적도 있다. 그러고 보면, 일상에서 ‘화’라는 것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감정인지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머리말에 보면, 작가는 이렇게 적고 있다. ‘그 화에 슬픔이 포함되어 있는지? 혹 그렇지 않다면, 그 화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고. 그러니 구원받..
言えないコトバ(하기 힘든 말) | 益田ミリ | 集英社 ‘그 말’이 하기 힘든 건, 왜지? 말의 저편에 웅크린 미묘한 여자 심리, 시원하게 콕 집어주는 마스다 미리의 솔직담백한 고백! 일상에서 스쳤던 소소한 감정들이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되살아나곤 한다. 스스로의 소심함에 적잖이 당황했던 경우가 주로 그렇다. 그때마다 나는 재빨리 다른 생각 혹은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 그것을 대개는 감추고 싶어했다. 그런데 작가는 그 찰나에 들었던 생각이나 감정들에 대단히 솔직하다. 그리고 그것을 담백한 글로써 고백한다. 이번에 읽은 『言えないコトバ, 하기 힘든 말』에 「いくら気をつけていたところで、普段使っているコトバって、あらゆるところから滲み出てくるもの。(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평소 쓰는 말은 온갖 곳에서 스며 나오는 것.)」ーつかえない (p.147) 이라는 ..
걷는 듯 천천히 | 고레에다 히로카즈 | 문학동네 "그래서 영화를, 다큐멘터리를 만듭니다" 섬세한 시선으로 사람과 일상, 그리고 영화를 읽어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에세이집 얼마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게 됐다. 15년 전, 가족을 두고 떠났던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세 자매(사치, 요시노, 치카)는 그곳에서 이복동생 스즈를 처음 마주한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 탓에 데면데면 지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관계지만, 세 자매는 이복동생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한 집에서 네 자매가 되어 살아간다. 사실 이 영화를 유심히 보게 됐던 이유 중 하나는 영화속 배경지인 가마쿠라(鎌倉)에 있었다. 아름다운 쇼난 해안과 평행을 이루며 내달리는 에노덴의 운치 있는 모습은 가마쿠라에 들러본 ..
읽는 인간 | 오에 겐자부로 | 위즈덤하우스 우리는 왜 읽어야 하는가? 거장의 인생을 만들어낸 치열한 책 읽기의 기록! 『읽는 인간』은 "정녕 제 인생은 책으로 인해 향방이 정해졌음을, 인생의 끝자락에서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p.18)라고 고백하는 일본 문학계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가 그간의 읽어온 책들과 그 방식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견뎌내고 이뤄온 삶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밝히고 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그의 고백이 어떤 의미였는지, 비로소 알 것 같다.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아홉 살 나이였던 그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책을 처음 읽게 됐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그 책에서 발견한 "그래 좋다,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라는 구절을 평생의 마음가짐으로 삼겠다고 다짐했었다고 전한다. 정녕 그 나이 때에 가능한 결심일 수 있을까,..
人生はニャンとかなる!(인생은 어떻게든 된다!) | 水野敬也 | 文響社 내일의 행복을 부르는 68가지 방법 원제 人生はニャンとかなる!는 '인생은 어떻게든 된다!'로 번역된다. 여기서 가타카나로 적은 ニャン(냔)은 고양이 울음소리를 뜻하는데, '어떻게'를 의미하는 何(난)과 비슷한 발음으로 대신 쓰였다. もし道に迷ったら、 一番いいのは猫についていくことだ。 猫は道に迷わない。 チャールズ·モンロー·シュルツ 만약 길을 잃었다면, 가장 좋은 것은 고양이를 따라가는 것이다. 고양이는 길을 잃지 않는다. '내일의 행복을 부르는 68가지 방법'이라고 쓰여 있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귀여운 고양이 사진과 함께 행복한 삶을 위한 글귀, 이와 관련한 유명 인사들의 일화들을 담고 있다. 사실 우리가 68가지 방법 모르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잊고 지내는 일이 부지기수기에 일상에서 이런 책..
職業としての小説家(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村上春樹 | スイッチ·パブリッシング 誰のために書くのか、 どのように書くのか、 そしてなぜ小説を書き続けるのか、 小説を書くための強い心とは...。 누구를 위해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 그리고 왜 소설을 계속 써 나가는가, 소설을 쓰기 위한 강한 마음이란…. 일본의 대표적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를 시작으로 여러 소설들을 읽어오면서 어느새 그의 새로운 신작을 기다리는 애독자가 됐다. 그리하여 『職業としての小説家,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출간 소식을 듣고 기억해 두었다가, 기노쿠니야에 들러 구입해 왔다. 사실 하루키의 팬이라면 공감하겠지만, 그의 에세이는 소설 못지않게 매력적이지 않나. 第一回 小説家は寛容な人種なのか 第二回 小説家になった頃 第三回 文学賞について 第四回 オリジナリティーについて 第五回 さて、何を書けばいいのか? 第六回 時間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