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에세이

(102)
꽃잎 한 장처럼 | 이해인 | 샘터사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이해인 수녀의 시 편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이해인 수녀의 시 편지가 가슴 한 구석의 시린 마음을 달래준다. 특히나 이번에 발간된 『꽃잎 한 장처럼』은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의 많은 것들을 잃게 된 우리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목소리여서 한층 귀하게 다가온다. 생각해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알게 모르게 마음속 그늘이 깊게 드리워지고 있다고 실감하는 일이 왕왕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긍정적인 생각으로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활기차게 지내고자 마음먹으면서도, 뒤돌아서면 작은 일에도 쉬이 불평하고 불안해했던 것이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견뎌낼 수 있는 인내의 자세가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그런데 수녀님의 시와 글이 ..
헌책방 기담 수집가 | 윤성근 | 프시케의숲 사연 있는 책을 찾아드립니다 수수료는 당신 삶의 이야기! 저자는 헌책방을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의뢰받은 책을 찾아준다. 단, 그 책에 얽힌 사연을 수고비로 받고 있는데, 그것을 한데 묶은 것이 『헌책방 기담 수집가』이다.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 책을 찾기까지의 여정, 그 수고스러움 같은 것은 뒤로하고 - 매우 근사한 작업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러고는 이내 책들에 얽힌 사연들이 무척이나 궁금해져서 읽지 않고는 못 배겼음을 밝혀둬야겠다. 그렇게 한동안 책에 얽힌 사연을 마주하며, 그간의 내가 이런저런 책들 사이에서 느꼈던 어떤 마법과도 같았던 일이 한 낱 우연이나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연(緣)의 일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놀랍도록 시기적절하게 나타나 돌파구가 되어 준 몇몇 책들이 떠오..
계절 산문 | 박준 | 달 박준 시인이 보내는 계절 인사 시인이 건네는 이야기 안에서 계절의 순간들과 마주한다. 그것은 곧 우리가 보내온 계절을 향한 안부이기도 했고, 지금의 이 계절을 잘 보내겠다는 다짐과 그에 대한 격려이기도 했으며, 어느새 성큼 다가올 새 계절에 대한 은근한 기대이기도 했다. 어쩐지 이 계절의 외로움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살아가면서 좋아지는 일들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대단하게 좋은 일이든, 아니면 오늘 늘어놓은 것처럼 사소하게 좋은 일이든 말입니다. 이렇듯 좋은 것들과 함께라면 저는 은근슬쩍 스스로를 좋아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 p.95 「칠월 산문」 계절 산문 - 박준 지음/달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 최승자 | 난다 32년 만에 증보하여 펴내는 시인 최승자의 첫 산문! ‘내일의 불확실한 희망보다는 오늘의 확실한 절망을 믿는다.’는 시인의 말에 폐부 깊숙이 찔린 기분이었던 것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 강렬했던 첫 시집 『이 시대의 사랑』과 이후의 『즐거운 일기』는 한동안 - 이라기에는 상당한 기간 동안 - 늘 내 가까이에 있었다. 가만히 돌이켜 보건대 그때의 나는, 나를 흔드는 바람과 애초에 그리 깊지 못했던 뿌리에 대한 감춰지지 않는 열패감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데 필사적이었다. 말하자면, - 쥐어짜는 안간힘에 가까웠다고 생각하지만, - 내 나름의 저항이었다고도 생각된다. 그런 나날이어서 그랬을까. 그때에 만난 시인의 시는 호기롭게 다가왔다. 후련하고도 통쾌한 맛이 있었다.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유(類)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 | 해냄 공지영 작가가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보내는 스물네 편의 편지 엄마는 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자신이 경험하고 깨달은 인생의 가능한 모든 것들을 전하여 딸의 삶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리하여 딸의 삶이 견고하고 단단해지기를, 순탄하기를 바라는 절실함이라고도 나는 이해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상 속에서 이러한 엄마의 딸 잘 되라는 말들은 잔소리로 둔갑해버리기 십상이다. 작가 공지영은 평소 인상 깊게 읽은 책의 구절을 통해 딸 위녕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편지로 대신한다. 엄마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선배로서 딸의 고민을 헤아리고 때때로의 슬픔과 낙담을 위로하며 사랑과 행복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엄마는 자신이 체득한 삶의 지혜를 풀어놓으며, “자, 오늘도 좋..
그러라 그래 | 양희은 | 김영사 인생이 쉽지 않은 ‘어린 희은이’들에게 보내는 애틋한 응원 가수 양희은의 에세이 『그러라 그래』. 나이 칠십 세, 데뷔 51주년을 맞이한 그녀가 풀어놓은 이야기 안에서 삶을 배운다. 때로는 견뎌내기 힘겨운 시련도 있지만 그럼에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힘이 되어준 이들이 있었고, 그 덕분에 잘 다져지고 다듬어진 오늘의 자신이 존재함을 그녀는 아는 것이리라. 나아가 이제는 ‘고단한 짐을 지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내 노래가 지친 어깨 위에 얹어지는 따뜻한 손바닥만큼의 무게, 딱 그만큼의 위로라면 좋겠다’(p.156)고 소망한다. 그 너른 마음씨 안에서 적잖이 위로 받았 달까. 그녀의 시선에 스민 따스함이 기분 좋은 온기로 다가왔다. 그 안에서 내게 부여된 이런저런 짐들도 기왕이면 야무지게 둘러메고 나아가..
밤을 걷는 밤 | 유희열 | 위즈덤하우스 감성 뮤지션 유희열의 심야 산책 에세이 밤 풍경을 배경 삼아 걷는 일이 이토록 근사할 수 있음을 유희열의 『밤을 걷는 밤』은 알려준다. 요 며칠, 그의 뒤를 따라 걸으며 마음이 적잖이 동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나의 유년 그리고 청춘의 기억이 자리한 장소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헤매고 다니고 있음을 문득 알아챘을 때였다. 그러고도 나는 어느 밤, 늘 내리던 버스 정류장이 아닌 한 정거장 전에 내려 집으로 향하면서 차창 밖으로 스치듯 지나쳤던 밤 풍경의 익숙하지만 낯선 길을 걸어도 보았다. 가까이에 있어서 오히려 쉬이 지나치고 말았던 탓에 눈에 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살피면서 천천히…. 도시 소음에 가려졌던 풀벌레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며 계절이 선사하는 자연의 선물들을 새삼 발견하기도 하면서. ‘직접..
그 좋았던 시간에 | 김소연 | 달 나 여기에 좀더 있으려고 해 일찍이 감탄해 마지않았던 『마음사전』의 ‘마음’ 낱말 정의가 한층 돋보였던 것은 시인 특유의 감수성과 예리한 통찰력에서 연유한다. 그렇기에 시인이 떠났던 여행에 뒤늦게나마 동행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모로 여행이란 감수성이 더해져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고 깊은 통찰력이 바탕돼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 마련이니, 시인의 여행길이 몹시 궁금해졌던 것이다. 그리하여 손에 넣은 여행 산문집이었다. 그러나 어찌 된 까닭인지 책장에 두고 어언 삼 개월이 흘렀다. 코로나(COVID-19)라는 전례 없는 어려움 속에 여행이 아득히 먼 일이 돼 버린 이유라고 치부하기에는 어찌됐든 나의 의지로 이 책을 손에 쥐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변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