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문학

(35)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 문예출판사 파수꾼 | 하퍼 리 나는 파수꾼이 필요하다 지난주 수요일 『앵무새 죽이기』가 출간되고 55년 만에 전작이자 후속작인 『파수꾼』이 출간됐다. 그런데 책을 받아보기도 전에 애티커스 핀치가 인종 차별주의자로 byeolx2.tistory.com 무시당하고 차별당하는 모든 사람들, 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편견을 비판하는 아이들의 날카로운 시선 살면서 느끼는 거지만 편견처럼 무서운 게 없다. 그래도 개인이 가진 편견은 스스로가 자각하고 극복해 나가려는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개선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는 편견이라면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장서서 그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그야말로 사회의 의인이 아닐 수 없다. 소설 속 화자의 ..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 존 그린 | 북폴리오 세상은 절망이라 부르는 짧은 삶을 영원으로 만들다 어린 철학자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러브 스토리! 삶과 죽음을 고민하며 아파하기에는 아까운 십 대 나이의 소녀, 소년의 이야기가 시종일관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한다. 그러나 정작 헤이즐과 거스 그리고 아이작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그저 괴로워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주어진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런 그들의 모습이 마냥 사랑스러웠고 한편으로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멋지게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의 모습이 나를 부끄럽게도 했다. "우리의 사랑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까 수학 이야기를 할게요. 전 수학자가 아니지만, 이건 알아요. 0과 1사이에는 무한대의 숫자들이 있습니다. 0.1도 있고 0.12도 있고 0.112도 있고 그 외..
선셋 파크 | 폴 오스터 | 열린책들 과거와 미래를 잇는 중간 지대 선셋 파크. 그곳에서 저마다의 전쟁을 치르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선셋 파크라는 공간은 빙, 엘런, 앨리스 그리고 마일스에게 각기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읽고 나서 문득 그들의 입을 통해 직접 그 답을 듣고 싶단 생각을 했다. 기왕이면 선셋 파크를 떠나게 되고 적어도 십 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뒤의 그들의 대답이라면, 좀 더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얘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을 안고서. 마일스를 비롯한 젊은 등장 인물들은 저마다 순조롭지 못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선셋 파크조차도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 안에서 보이지 않는 불안한 내일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 인생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이때야말로 알게 모르게 그런 삶을 ..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 레이먼드 카버 | 문학동네 사랑에 대해 말하다 단편소설은 호흡이 짧은 편이라 느슨하게 읽을 법도 한데, 짧은 글 안에 작가가 의도한 것을 압축해서 담았기 때문에 오히려 밀도가 높다. 그래서 어느 한 문장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을 만큼. 레이먼트 카버의 글들도 마찬가지였다. 표제작인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포함해 총 17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단편들은 하나같이 별다를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일상은 우리가 삶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하는 사소하면서도 때로는 중대한 문젯거리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그것들은 타인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다소 지치고 절망적인 일상이다. 레이먼드 카버는 그런 일상을 숨기지 않고 거침없이 내보인다는 점이 그의 글이 가진 매력으로 꼽을 ..
타자기를 치켜세움 | 폴 오스터 | 열린책들 시대의 유물 타자기 1974년 7월의 어느 날. 타자기가 망가진 폴 오스터는 새 타자기를 구입할 여유가 없던 차, 친구에게서 40달러에 서독에서 제조된 올림피아 포터블을 가져온다. 그렇게 그날 이후 그가 쓴 모든 단어는 이 타자기로 쳐진다. 이후, 90년대가 되고 주변 사람들은 매킨토시와 IBM으로 옮겨 갔고, 친구들은 여전히 타자기를 고수하는 그를 놀려 댄다.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들에게 좋은 것이 반드시 내게도 좋은 법이라고는 없는데, 무슨 이유로 내가 있는 그대로도 완전히 행복할 때 변화를 해야 할까? - p.22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타자기에 특별한 애착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고 타자기의 존재 자체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점차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좋건 싫건..
겨울일기 | 폴 오스터 | 열린책들 호흡의 현상학으로 들여다본 폴 오스터 의 인생 『겨울일기』는 지난 삶을 숨김없이 돌이키며, '당신'이라는 2인칭 묘사를 통해 폴 오스터 자신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적고 있다. 특히나 어렸을 적 친구가 번개에 맞아 죽은 일, 아버지가 여자 친구와 정사를 나누던 중 죽은 일, 두 명의 계부가 갑작스럽게 죽은 일, 건강하다고 여겼던 어머니가 불현듯 죽은 일 등을 떠올리며,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죽어야 한다(할 수만 있다면). - 주베르 그는 이 문장에, 특히 괄호 속의 말에 감동한다고 적고 있다. 어쩌면 그 마지막이 고통스럽건 고통스럽지 않건 마지막에 가서 사랑스러워진다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인간의 성취는 없을지도 모른..
인페르노(전2권) | 댄 브라운 | 문학수첩 '로버트 랭던'의 그 어떤 시리즈보다 강력한 책! 속도감 있는 전개와 거듭되는 반전 요소들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지옥세계에 빠져든 랭던이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거쳐가는 장소 하나하나가 허구가 아닌 실제이기에 더욱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피렌체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인페르노 1 -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문학수첩 인페르노 2 -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문학수첩
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 | 미치 앨봄 | 21세기북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깨닫는 삶의 가치와 시간의 소중함! 자살을 시도하는 여고생, 세라 레몬과 암 선고를 받았으나 영원한 삶을 바라는 백만장자, 빅토르 들라몽트 그리고 도르가 함께하는 인생여행에 대한 이야기다. "신이 사람의 수명을 정해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죠?"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하도록. - p.295 인류 최초로 시계를 고안한 도르는 그 죄로 오랜시간 동굴에 갇힌다. 그러던 어느 날 지상에 살고 있는 두 사람에게 시간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도록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이로써 도르는 그들을 통해 자신 또한 갱생의 기회를 얻고자 하는데. # 01. 삶의 가치 지난 수요일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할머니를 보내 드리면서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삶의 마지막 순간, 인간은 무엇을 생각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