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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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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 보후밀 흐라발 | 문학동네 절망적이고도 시끄러운 세계의 고독 속에서 실존적 해방을 꿈꾼 어느 늙은 몽상가의 불꽃같은 독백! '내가 혼자인 건 오로지 생각들로 조밀하게 채워진 고독 속에 살기 위해서다.' 한탸는 늘 인간적이지 못한 하늘에 대해 사유한다. 그리고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음을 깨닫는다. ― 똥바가지를 쓴 만차만 보더라도 ― 한 개인에게 닥친 일들은 인간적이어도 지나치게 인간적인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삶은 인간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더럽고 음습한 지하실에서 버려진 책과 폐지 따위를 압축하며 살아온 삼십오 년의 세월이 그를 뜻하지 않게 현자로 만들었다. 이제 그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오 년 뒤 자신의 압축기와 함께 은퇴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브니의 거대한 압축기는 그의 오랜 바람을 좌절시킨다. 그것은 ..
공터에서 | 김훈 | 해냄 "세상은 무섭고, 달아날 수 없는 곳이었다" 20세가 한국 현대사를 살아낸 아버지와 그 아들들의 비애로운 삶! 1920년대부터 1980년대, 한국 현대사는 유례없는 격동의 시기였다. 소설 『공터에서』는 그 혼란과 분열, 갈등의 비극 속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마씨 집안의 가족사를 담고 있다. 집안의 가장 마동수와 그의 두 아들인 마장세, 마차세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시대의 소용돌이에 당당히 맞서기보다는 차라리 무기력하다. 처해진 운명으로부터 도망치거나 애써 외면하기, 혹은 순응하는 일만이 고작인 인생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겪는 삶에 대한 부대낌은 상처와 허무만 남기고,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그렇게 질긴 운명 앞에 굴복하는 것말고는 다른 결말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이 작은 소설은 내 마음의 ..
원더보이 | 김연수 | 문학동네 기다려, 지금 너에게 달려갈게 # 이 우주에는 얼마나 많은 별들이 있을까요? 10000000000000000000000개의 별들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어마어마한 0들이 나열된 별의 구체적 수를 마주 하자니, 내가 바라보는 하늘에선 도대체 그 많은 별들이 다 어디로 가버린 건지 궁금해지는 거다.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 볼 적이 있는데, 환한 달 옆으로 작게 반짝이는 별 하나만 발견해도 그날 밤은 운이 좋다 여길 정도니, 새삼 그 수가 놀라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전혀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딴 세계 얘기처럼. 어찌 됐든 그저 컴컴하기만 한 밤을 마주하는 일은 매우 슬펐다. 그러므로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이지, 모두 제 자리에서 반짝이고 있을 거라고 믿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자유로울 것 | 임경선 | 위즈덤하우스 태도에 관하여 | 임경선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자발성 -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관대함 -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상대의 마음도 이해한다 정직함 - 그 누구보다도 나에게 솔직하고 싶다 성실함 byeolx2.tistory.com 『태도에 관하여』임경선이 전하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치, 그 마지막 이야기 '인생을 살아가면서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실감처럼 소중한 것이 어디 있을까.' 시들했던 세포 사이사이로 산뜻함이 밀려온다. 내게 '자유'란 그렇게 받아들여져 왔다. 내 삶을 지탱하는, 그야말로 내 삶의 궁극의 가치인 것이다. 가장 나 다울 수 있는 지점으로 향하는 길의 가장 앞서 있어야 할 것이고, 추구되어야 할 일련의 가치들을 아우르는 것 역시 결국 '자유'의 차지일 것임을..
무진기행 | 김승옥 | 민음사 근대인의 일상과 탈일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내면서 1960년대 문학에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킨 대표 단편 10편 서울의 제약회사에서 전무 승진을 앞두고 있는 '나(윤희중)'는 아내의 권유에 쉼 차, 고향 무진으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우연하게 음악 선생이라는 한 여자(하인숙)를 만나게 되고,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나'는 여자를 무진에 그대로 남겨놓은 채, 서울로 돌아간다. 현실에 타협한 선택은 부끄러움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두고두고 스스로를 채근하게 만든다. 말하자면, 그 괴롭힘은 합리화 영역 밖의 굴복의 기억인 셈이다. 그러나 이상만을 쫓기에는 우리의 삶을 제약하는 것이 너무도 많다. 이상을 추구하는 삶을 바라마지 않으면서도 현실의 나는 곧잘 주저앉곤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 파트릭 모디아노 | 문학동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기억의 어두운 거리를 헤매는 한 남자의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정 어쩌면 삶이란, 그런 것만 같다. …지워져 가는 것이고, 그로 인한 신비가 우리의 삶을 한결 아름답게 만든다고. 한 어린 소녀가 황혼녘에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해변에서 돌아온다. 그 아이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계속해서 더 놀고 싶었기 때문에 울고 있다. 그 소녀는 멀어져간다. 그녀는 벌써 길모퉁이를 돌아갔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 또한 그 어린아이의 슬픔과 마찬가지로 저녁 속으로 빨리 지워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 p.262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나선 한 기억상실자의 이야기다. 기억을 찾기 위한 몇 가지 단서에 의존한 채 시작된 추적은 차츰 진전을 보이는 듯싶지만, 불확실성의 미궁에 빠..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전2권) | J.K. 롤링, 존 티퍼니, 잭 손 | 문학수첩 해리포터 여덟 번째 이야기. 19년 후. 1997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시작으로,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해리포터와 불의 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그리고 2007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까지…, 꼭 십 년이라는 적잖은 시간을 두고 이어온 그야말로 방대한 시리즈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세월만큼 나 역시 나이를 먹어선지, 뒤로 갈수록 처음 대면했을 때만큼의 흥미는 끌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의리(?) 비슷한 느낌으로 읽어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포터 시리즈는 탐독할 수 밖에 없는 마성의 책임에는 분명하다. 문득 해리포터를 처음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호그와트 마법학교 행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 9와 4분..
브루클린의 소녀 | 기욤 뮈소 | 밝은세상 결혼을 약속한 그녀가 사라졌다! 그녀를 찾아 나선 길, 놀라운 비밀이 베일을 벗는다 그녀는 왜 지난날을 버리고 전혀 다른 누군가가 되고자 했을까? "모두 내가 저지른 짓들이야.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나를 사랑할 수 있어?" 라파엘은 자신의 의심에서 시작된 다툼이 몰고 올 후폭풍을 알지 못한다. 오직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 이상, 안나의 과거를 알아야만 한다는 생각뿐이었으므로. 그렇게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고, 이후 안나는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이에 라파엘은 이웃이자 전직 형사 출신의 마르크와 함께 그녀를 찾기 위한 추적을 시작하면서, 『브루클린의 소녀』는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의문의 실종 혹은 살인이 벌어지고,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추적해 나가는 식의 레파토리는 추리소설의 공식과도 같다.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