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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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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쓰여 있었다 | 마스다 미리 | 이봄 어른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안타까움, 서글픔, 아름다움을 엮은 매혹의 에세이 어른과 아이 틈에서 어른아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그들의 몸은 어린아이의 형상을 지웠지만, 가슴 한 켠에는 유년의 순수를 고이 담고 사는 이들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이가 몇 이건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마음 안에 깃든 아이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으면 그만. 저자 마스다 미리는 마흔 중반의 어른으로서,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에 대하여 말한다. 그 안에는 한 가정의 딸로서, 싱글 여성으로서, 친구들과 OO모임을 곧잘 결성하며 유쾌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포함한다. 그 일상을 슬며시 들여다 보면, 그녀의 마음 한가운데 자리한 어린 시절을 소중히 대하는 그녀가 존재한다. 때론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 와이즈베리 세계적인 정의 열풍 “시민으로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생각하라”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이성과 논리의 향연 최근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의(JUSTICE)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일이 많았다. 그 중심이 됐던 주요 이슈들을 꼽아 보자면, 불과 얼마 전의 남북 정성회담을 시작으로 대한항공의 사주 가족의 갑질 논란, 드루킹 포털 댓글 조작 의혹, 미투 운동 등이 앞서 떠오른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 농단 사태와 세월호 참사 역시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사건사고를 연일 마주하는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각자는 그것의 옳고 그름을 자신만의 잣대로 판단하기 마련인데, 그 생각과 입장은 때때로 타인과의 첨예한 대립을 낳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더 좋은 삶, 더 좋은 사회를..
별수 없어서 그린 일기 | 루비 앨리엇 | 종이섬 우린 다 괜찮을 겁니다 독특한 책을 발견했다. ‘별수 없어서 그린 일기’라니. 페이지를 휘이 넘기며 본 첫인상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곧잘 노트 모퉁이에 끄적이곤 했던 낙서들을 연상케 했다. 더없이 간결하지만 어쩐지 모르게 꿈틀대는 영혼의 자유를 품은. 네. 보다시피 저는 다방면으로 실패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에서 꼭 그리고 싶었던 건 제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 머리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 이 영역의 것들이 다소 이상하고 혼란스럽게 버무려지는 방식인데요, 저 자신에 대한 그림이지만 그중 어떤 부분은 당신에 관한 것이길 바랍니다. 뭐, 아니어도 괜찮아요. 이 책을 네모반듯한 최고급 코스터 같은 걸로 쓸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윈윈. - p.9 저자의 그림들은 수 년간 계속된 섭식장애로 상담치료..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 히라마쓰 요코 | 인디고 또다시 내일을 버텨낼 나를 위한 혼자만의 시간, 혼밥 예찬 에세이 혼자 먹는 밥을 ‘힘든 하루의 끝, 나를 위로하는 작은 사치’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듯하다. 둘이 혹은 여럿이 둘러앉아 공통의 화제로 왁자지껄하며,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도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겠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쉬이 치이고 마는 일상 안에서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다시 시작될 내일을 위해 충전하는 차분한 시간이기를 바라는 이들 말이다.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역시 마찬가지다. 혼자는 재미있다. 자기 멋대로 계획 없이 무작정,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얽매이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가끔 하는 실패나 낭비도 나 혼자 받아들이고 끝내면 그만이니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순간이 있다. “그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 알에이치코리아 “내 詩가 여러분에게는 ‘위로’의 언어이기를, 내게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기를 소원합니다.” 날이 춥다는 핑계로 겨우내 걸렀던 산책을 나갔다. 사월 첫날의 얘기다. 아침 공기는 선선했지만 그렇다고 움츠러들 정도는 아니라서 오히려 상쾌했다. 작년 봄과 여름, 가을을 보내면서 한 번씩 거닐었던 시간들이 나에게는 소확행(小確幸)을 가져다준 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에, 조금 더 이불 안에서 머물고 싶은 한 켠의 마음을 뒤로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이렇게 적고 나니, 뭐 대단한 산책이라도 하는 양 들리기도 해서 열없긴 한데, 정말 별 게 없긴 하다. 뒷산의 흙길을 한 시간 남짓 거닐다가 볕이 좋은 벤치에 앉아 책을 넘기다 오는 일이 전부니까. 그런데 그 짧은 시간이 생각 이상으로 기분을 맑게 한다. 평소 같..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 문학동네 나는 ‘감히’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를 꿈꾼다 현직 부장판사 문유석이 말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 최근의 한국사회는 이전에 비해 개인의 의사를 중시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강력한 집단주의 앞에서 곧잘 무시되곤 하는 형편이다. 물론 그 집단성이 때로는 더 좋은 사회를 바라는 열망과 맞닿아 긍정적 시너지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권력이 되어 그에 부합하지 않거나 미온적인 개인을 쉬이 침범하고 마는 폐해를 빈번하게 봐오지 않았던가. 나는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 적잖은 부대낌을 느껴온 사람 중의 하나라서,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키워드만으로도 묘한 이끌림이 있었다. 대나무 숲에 들어가 허공에 대고서 라도 외치고 싶었던 마음이 굴뚝같았었나 보다. 저자는 현직 부장판사로..
나무를 심는 사람 | 장 지오노 | 두레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감동적이고 가슴 따듯한 소설 프로방스 지방의 한 고원지대에 아내와 아들을 잃고 혼자가 된 남자, 엘제아르 부피에는 남은 생을 나무 심는 일에 열중하기로 한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고, 사람들의 탐욕에 황무지가 됐던 땅에는 차츰 나무들이 자라나면서 울창한 숲을 이룬다. 이에 자취를 감추었던 새와 동물,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면서 황폐했던 이전의 모습은 지우고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운 마을로 변모해간다. 이 짧은 이야기에 담긴 한 남자의 세상을 향한 헌신적 삶의 태도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날로 무분별하게 파괴되어 가고 있는 환경에 대한 우려와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 사람들의 이기심,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더없이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나무 심는 남자가 일생을 ..
센서티브 | 일자 샌드 | 다산지식하우스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나는 민감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발 딛고 서 있어야 할 세상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말하자면 사람들에게 까탈스럽고 유난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내 나름으로는 그런 자신을 얼마쯤은 지우고 무던하게 살고자 애쓰는데 꽤 많은 에너지를 할애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런 탓에 제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유쾌한 시간을 보내더라도 집에만 들어오면 방전되듯 풀어지는 긴장감과 밀려오는 피로감에 곧잘 녹초가 되곤 했다. 괴리감도 날로 커져만 갔다. 심지어 어느 순간, 내 스스로조차도 어느 하나 두루뭉술 지나가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으니까. 물론 그 민감하고 예민함을 감추기 위한 보호색과도 같은 임무는 내 스스로가 부여한 것임..